두 집 살림 – 1
난 이제 30대 중반이고 아내와 결혼 한지 벌써 5년이 되어가.
아이는 딸 하나 아들하나 이렇게 두 명이 있어.
언 듯 보면 정말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지.
헌데, 사실 나에겐 가족들에게 지금까지 말한 적 없고 앞으로도 말해선 안 되는 비밀이 있어.
나에겐, 사실 아내 말고 또 다른 여자가 있어.
단순히 바람피는 게 아니라 그 여자와 나 사이엔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야.
우리 첫째 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나와 그 여자의 관계는 아내보다 더 오래된 관계고 끊어 내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어.
묻는 사람도 있겠지.
왜 그 여자랑 결혼하지 않고 지금 아내와 결혼했냐.
말하자면 사정이 복잡하고 길어.
내가 대학생이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까.
젊었을 적의 실수... 라고 덮기엔 너무 큰 죄.
여기서 익명을 빌어 내가 평생 짊어져야만 하는 업보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
분명 욕하는 사람이 많을 거야.
나도 그럴만한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어.
난 내 나름대로의 책임을 지려고 한 거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리라곤 차마 생각 못했어.
너무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흐릿한 부분도 있지만.
더 흐릿해지기 전에 정리도 할겸 회상하는 식으로 얘기해보려고
가볍게 썰만 보고 가려는 사람들에겐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랑 그녀 사이에 있었던 무거운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볼게.
위에도 말 했지만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로 돌아가야 해.
당시의 나는 유아교육과를 전공하고 있었어.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땐 나대로 꿈이 있어서 그쪽 학과를 선택했지.
지금은 더 암울하지만, 그때도 우리 과는 전망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어.
해마다 낮아지는 출산율 때문에 선배들도 미래가 암울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금이라도 다른 쪽으로 빠지던지 해라’라고 말할 정도였거든.
게다가 우리 과는 여초과,
한 학 년당 남자가 한, 두 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남자가 드물었어.
그런 과에서 난 졸업한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베이비시터까지 하고 있었지.
혹자는 남자가 무슨 베이비시터냐고 할 거야.
지금도 그리 흔하지 않은데, 당시에는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으니까.
근데 내가 한 베이비시터는 조금 특별한 거였어.
내가 맡은 아이들은 장애나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거든.
아마 평범한 가정에서 생활한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특수한 케이스의 아동들은 남자들이 주로 맡곤 했지.
왜냐하면 자폐아들이 툭하면 자해를 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데 그걸 힘으로 제압해야 하거든.
여자들이 그런 일을 맡기엔 아무래도 체력이 부족하니까.
아, 장애인을 힘으로 제압한다고 하면 인권 같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폐아들은 자기 몸과 주변사람들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그나마 어리면 다행이지만...
가끔 성인이 다루기에도 힘든 나이대의 아이들을 만나기도 해.
한 번은 무려 15살짜리 애를 잠시 맡아 본 적도 있었어.
여러 사정이 있어서 시설에서 거부한 애였는데, 힘이 사실상 어른이나 다름없어서 통제가 어려웠던 기억이나.
그런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자는 힘들지.
아무튼, 당시 난 재활원에서 일하던 선배로부터 건너건너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개를 받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
물론 자폐아들을 돌보는 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긴 하지.
처음엔 한 번만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근데 이게 생각보다 돈이 짭짤하더라고.
확실히 편의점이나 이런데서 알바 하는 것보다 수당이 더 많았던 지라...
다른 알바보다 이일을 하게 됐고
졸업하고 나서도 1, 2년 이 일을 더 하게 됐어.
그리고 그때 만난 게 그 여자였지.
그래...
그 여자는 당시 자폐아 아들과 함께 사는 유부녀였어.
지금의 아내보다 오래된 인연의 시작이었고.
처음 만났을 땐 우리가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조차 못했지.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09.13 | 현재글 두 집 살림 – 1 (7) |
2 | 2020.09.13 | 두 집 살림 – 2 (14) |
댓글 30포인트
Comments
자료의 퀄리티에 두번 놀랍니다. [무료 등업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