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살림 – 2
편의상 여자는 A, 아이는 B라고 칭할게.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많은 가정이 그렇듯, A의 가족 역시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부부였어.
남편은 지방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주말 에만 올라왔고,
A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돌아오는 회사원이었지.
때문에 부부가 없는 사이 B를 보살필 베이비시터가 필요한 거였어.
당시 나의 일과는 아침에 A가 출근하기 전에 집에 도착해 B를 받고,
A가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는 거였어.
내 기억 상으론 오후 6,7시 까지였는데,
간혹 A가 회사일 때문에 늦게 돌아오는 날은 그만큼 수당을 더 챙겨 줬지.
아이 보는 일 외에 간단한 요리나 청소, 집안일 같은 것도 했었어.
원칙상 베이비시터는 애만 보는 게 맞는데, 보통은 계약 때 일당 좀 더 챙겨주고 간단한 집안일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았어.
A도 그런 경우였고.
(계약서에 없는데도 이런 걸 시키면 진짜 진상이지. 실제로도 만난 적이 있었어)
물론 이따금 A도 급하게 출근하느라 계약에 없던 허드렛일 따위를 시키기도 했지만... 진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아.
오히려 대다수의 자폐아 부모들이 그렇듯, A역시 아주 피곤한 삶을 살고 있던지라... 약간은 동정이 되기도 했어.
한편 내가 맡은 아이 B는 아주 전형적인 자폐아였지.
돌고래 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까치발로 걸어 다니고, 자꾸 벽 같은 데 머리를 박곤 했어.
게다가 이따금 별 일 아닌 것에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처럼 주변에서 뭐라 불러도 가만히만 있었지.
가끔은 자기를 때리는 자해 행위도 했고... 뭐, 그런 아이였어.
다만 당시 B는 유치원 가기전인 아주 어린아이였기에 위에서 말한 것처럼 통제 불가능한 돌발 상황은 발생하진 않았어.
그것만은 다행이었지.
내가 나이 많은 애들 중 진짜 심한 케이스를 겪어 봤기 때문에 B 정도는 정말 일반 애들이랑 다를 바 없었어.
그런데, 가끔 B는 나보다도 A를 더 힘들게 하는 일을 하곤 했어.
B가 밤에 잠을 안자고 각성한 채로 돌아다니는 거야.
이런 경우 정말 밤새도록 이상한 소리를 내며 집안을 돌아다녀서 주변 사람들을 못 자게 하는데.
그런 날은 A가 거의 잠을 못자서 온갖 죽을상을 쓴 채 출근하곤 했어.
남편은 주말까지 올라오지 않으니까... 평소에 B가 각성하는 날은 A혼자 밤새도록 봐야 하는 거지.
음, 그래서 였는 지 A가 유독 피곤해 보였던 거 같아.
다른 집 같은 경우 힘들 긴 하지만 뭔가 남편과 아내가 함께 견디는 느낌이었는데.
A는 혼자서 모든 걸 견디는 느낌이었거든. (실제로도 그랬고. 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할게.)
때문에 아침에 허겁지겁 밥도 못 먹고 출근하는 A가 안쓰러워 몇 번인가 샌드위치를 싸준 적도 있었어.
A가 자폐아들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어 했다는 걸 안 건 좀 더 나중의 일이었지.
----
PS.
내가 회사 때문에 바빠서 다음글은 다음주나 다다음 중에 올릴게.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09.13 | 두 집 살림 – 1 (7) |
2 | 2020.09.13 | 현재글 두 집 살림 – 2 (14) |
댓글 30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