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1)
로맨스로 시작했다가 좃된 경험담이다...
퇴사를 하고, 집에서 잉여마냥 멍때리고 있을때다. 결혼하려다 한번 나가리 나고… 인생 뭐있냐 약간 허송세월 하며, 모아둔 돈으로 헛짓거리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촌형이 대학원 가보라며 아직 기간이 있다며 14년도에 입학해보던가.. 기타 등등 뭐 별별이야기를 다 듣고 그랬다.
몇군데 알아보다가, 부모님한테 공부 더 하고 내 살길 살겠다는 통보를 하고나니, 뭐 별말없이 대학원 가라고 하시더라. 대학원 이리저리 알아보는데, 집분위기가 씹창이었다. 멀쩡한 회사 때려치고 장남이 집에들어앉아있으니 부모 속도 타거니와, 내 입장에서도 결혼 파토낸 부모도 좋게보이진 않아서 그 해는 계속 분위기 안좋았다.
대학원 알아보던 중, 엄마가 낮에 제안을 하나 한다. 엄마 친구 아들이 있는데, 고2짜리인데 공부하는 습관이 너무 안들어있어서, 영어라도 좀 봐주라고 그런다. 지하철 1정거장 거리라는데 거리도 그 정도면 가깝고 해서 노느니 돈이나 벌자.. 그런 생각도 좀 들었고, 지루하게 집에서 뒹굴거리다보니 헤어진 여자친구 생각에, 인생에 대한 갑갑함 때문에 우울하기도 했다.
소개받은 집으로 가자, 훤칠한 키의 하얀피부에, 여드름 범벅의 남학생 한명과 아줌마가 앉아있다. 간략히 학생 소개를 받고 인사를 한 뒤 물한모금 마셨다.
[우리 애가… 중학교때까진 공부를 곧잘 하다가 책상에 앉아있질 않아요. 시험기간만 벼락치기 하는거 말고는 집 학교 학원 집와서 게임, 스마트폰 하다가 자고… 남들은 야간에 학원을 몇 개를 더 돌린다는데…..]
아줌마의 넋두리 반, 푸념 반 섞인 소개를 받으며, 어차피 수학포기자니까 영어라도 잡아달라고 그런다. 알겠다고 말하고는, 그 남학생의 방으로 들어가 통성명도 좀 하고, 대충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
한달에 12번인데… 그만큼 페이도 쎘다. 집이 좀 잘살았다. 이 집 아빠가 경찰서장쯤 되는 분이라, 고위경찰간부라 그런지 집 곳곳이 경찰경찰 했다. 여기 아줌마는 부천쪽에서 크게 미용실인지… 메이크업 샵인지… 뭐 그런걸 한다고 들은거같다.
[넌 꿈이 뭐야?]
[글쎄요.. 아직 없는데…]
수줍은 듯 다리를떨며 책을 보다가, 중학교때까진 경찰대 가는게 목표였는데 아버지 하는 일 보니 포기하고 그냥 그냥 무난하게 대학교 가고싶다고 말한다. 아직 부모는 경찰대 미련이 좀 있긴 하냐는 질문에도 시큰둥한 대답이다.
[집에 아들이 저 하나뿐이라서요. 좋은데 가길 바라는데 짜증나요. 자식이 무슨 장식이야 간판이야…]
사춘기의 반항도 귀엽다. 가족관계를 물어보니 누나/누나/자기 이렇게 3남매란다. 터울도 크다. 첫째누나는 14살 차이라 시집가서 이미 이 집엔 없고, 둘째누나는 6살 많다는데.. 아직 이집에 같이 산다고 한다. 보아하니 엄마 손보다는 누나들 손에서 키워진 애 같다. 보아하니, 늦둥이라 애지중지 애 키운 것 치고는 버릇은 잘 들었다. 말도 예의바르게 잘 하고… 아빠가 경찰이라 그런가… 뭐 아무튼, 과외에 집중하기로 했다.
매주 월 목 토 이렇게 갔다. 시간은 월, 목은 밤 8시, 토요일은 오후 2시… 이집의 내외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 토요일에는 거의 없고, 월요일 아니면 목요일에나 뵙다보니, 대개는 학생 혼자있거나, 둘째누나와 같이있는 날이 많았다.
이 댁 아버님이 계시는 날에는 가끔 저녁에 과외 끝나고 같이 치킨도 먹고, 과일도 먹으며 입시이야기, 영어공부하는 거… 교생도 했었으니까 기출경향이나 그런 저런 이야기도 하며 보냈는데. 여튼 2학기 중간고사는 성과를 내야할거같아서 부담이 많이 됐다.
과외를 하다보니, 저녁때 가끔은 둘째누나가 집에 있는 날이 있었다. 주로 목요일밤과 토요일에 자주봤다. 직장인이라는데 디자인 회사를 다닌댔나… 아는 선배 회사에 프리랜서처럼 일한다고 들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생머리를 묶은채로 긴 치마를 입은 모습이 인상깊은… 굉장히 둥글둥글한 인상의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남매임을 증명하듯 피부가 유난히 하얗다는 느낌도 든다. 나보다 어리지만 굉장히 누나 같은 안정감이 있는… 뭐 그런 신기한 느낌이다. 토요일에 과외를 하러 왔는데 시작할 때 즈음, 아무도 집에 없는지 둘째누나가 주스 한컵 떠다 주며 인사를 해준다. 간단하게 잘먹겠다는 인사만 하고 말았는데, 문득 궁금해서 학생에게 물어봤다.
[누나랑 친하냐?]
[아….뇨…]
대답을 길게 끈다. 대개 이런경우는 어릴땐 친했는데, 지금은 성인, 학생이 되서 서먹서먹한 경우다. 나도모르게 웃었다.
[나도 여동생있는데 별로 안친해]
[쌤 여동생은 예뻐요?]
[아니. 안예뻐. 그리고 너보다 8살 누나야 임마]
[헐… 아줌마네…]
하더니 단어시험을 푼다. 뭐 대충 공부머리는 젬병은 아닌지, 90%는 맞춰준다.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라… 날도 토요일이거니와 가을날씨도 좋고,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3시에 끝나고 피자사줄게 먹고 학원가라]
내 말에 학생은 엄청 좋아하며 신나는 표정이다. 피자를 시키고 방에 앉아, 축구이야기, 여자아이돌 이야기, 학교 학생 이야기 서로 하며 잡담을 나눴는데 밖에서 초인종 소리와 함께 둘째누나 목소리 들린다.
우리가 있는 방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더니..
[뭐 시켰어?]
[아.. 과외쌤이 피자시켜주셨어]
[그래? 알았어]
휙 하니 나가버린다. 피자를 받고 계산을 한 뒤, 거실로 들고갔다. 문득 둘째누나가 생각이 난다
[야. 가서 느그누나도 피자 드실거냐 물어봐라]
…
셋이 피자를 먹는데… 성장기 학생이라 그런지 잘 먹는다. 순식간에 두쪽이다. 나름 큰 피자를 시켰는데도 금방금방 먹는다. 누나는 누나인지 옆에서 휴지도 챙겨주고, 콜라도 따라주고… 늦둥이를 누나 둘이서 키웠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먼저 말을 걸었다.
[대충 들었는데, 늦둥이라면서요.. 키우시느라 힘드셨겠네.]
[네 ㅎㅎㅎ 뭐… ㅎㅎㅎ 학교다닐 때 좀 힘들었죠 ㅎㅎㅎ]
멋쩍게 웃는 그녀는 남동생처럼 피부는 하얗고… 전체적으로 강아지상이다.
[그래도 남자는 군대가면 누나있는게 장땡이에요. 면회오라고 하기도 좋고~]
[네?]
내 말에 되묻는 그녀에게, 다시한번 똑 같은 말을 해줬다. 오른쪽 귀를 기울이며 듣더니 피식 웃는다.
[에ㅎㅎㅎㅎ 얘 군대갈 때면 저는 서른이 넘는데 뭐 인기가 있겠어요?]
[무슨 말씀을? ㅎㅎㅎ 거기 미혼장교들 다리놔달라고 부탁 많이들 한다니까요]
시덥잖은 대화를 하는데, 독특한 느낌이 있다. 오른쪽 귀를 내쪽으로 향하며 듣는, 고개를 기울이며 듣는 습관을 보인다. 공주병이야 뭐야…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다음주 월요일인가… 밤에 과외를 하다가, 학생에게 물었다. 니네누나 공주병이냐며, 왜 말할때마다 고개를 기울이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학생이 웃는다.
[아… 그거 우리 누나 한쪽 귀 다쳐서 안들려요]
[????]
[태어날때부터 그랬대나… 오른쪽귀만 들려요. 왼쪽은 아예 안들리고. 오른쪽귀도 일찍 가는귀 먹을까봐 이어폰도 안끼고, 뭐 그래요. 모르셨구나…]
당연히 모르지 그걸 어떻게 알아…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피자를 먹을 때 고개를 갸웃하며 내쪽으로 듣는 그런 모습이 귀여운척, 예쁜척 하려는게 아니었음을 깨닫자, 마음 한켠이 괜히 이상하게 미안해진다.
[큰 누나 말로는.. 둘째누나 가졌을 때 엄마가 보약 잘못먹었대나…그거 보약먹으면 아들나온다고 해서 먹었다는데… 짝귀에 짝눈이에요. 왼쪽눈도 잘 안보이고 흐릿하대나…뭐 더 안물어봤어요. 괜히 좀 그래서]
흠… 뭐 여튼, 가족의 개인사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좀 힘든건, 과외를 하러 온 날, 둘째누나가 보이면 괜시리… 동정심도 생기고 그랬다.
중간고사 기간이다. 특별히 영어시험있기 전날인 일요일 오전에 하루 더 나와 직전 보강 개념으로 과외를 나왔다. 이집 부모님은 나가고 안계시다.
[엄마가 중국집에서 짜장면 시켜드시래요]
하더니 부스스한 얼굴로 책을 편다. 그래도 어제까지 공부를 한 흔적이 보여서, 간단간단하게 문법체크만 좀 해주고, 사회과 전공한 만큼 시험 기출문제나 마인드맵으로 간략하게 법과사회 정리도 해주고 나니, 어영부영 점심시간이다. 짜장면 시키는데 남학생이 뭔가 생각난듯 다시 중국집에 전화를 건다.
[아, 그리고 짬뽕 하나 더 주세요]
[왜 3그릇 시켜? 집에 누나 계셔?]
[네. 아마 있을거에요. 아침에도 있었는데…]
[물어보고 시켜야지 그냥 짬뽕시키면 어떻게 해]
[누나는 짜장 싫어해요. 짬뽕만 먹어요]
…
그날도 셋이 짜장면을 시켜서 먹는다. 눈 앞에 두 남매가 짜장, 짬뽕 시켜서 먹는데 그냥 뭔가 웃긴 생각이 들어서 나도모르게 웃었다. 내 고2때..사랑했던 6촌누나 생각도 나면서.. 그냥 마음이 싱숭생숭한 감도 있다.
학생은 먹다말고 고개를 들어 왜 뭐가 웃기냐며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고 마저 식사를 마쳤다. 과외도 끝났겠다 갈준비를 하는데, 둘째누나가 붙잡는다. 아이스크림 좀 있는데 드시겠냐며… 마다할 이유는 없어서 마루에 나와 아이스크림좀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 남매와 나눴다.
[둘째누나는 이름이 뭐에요?]
성은 남학생이 박씨니까 박이겠고… 이름은ㅇㄹ이라고 말한다. 그렇구나... 하다가 왜 물어보냐는 질문에, 자주 집에서 볼거같은데 뭐라고 부를지 애매해서 ㅇㄹ씨라고 부르면 되겠다고 말했다.
…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 과외를 하러가면, ㅇㄹ씨가 집에 있었다. 월요일은 없거나 있거나 랜덤이었고… 특히 토요일에는 집에 그녀와 남학생밖에 없어서, 두 남매와 점심이든, 저녁이든 같이 먹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트게 되고, 뭐… 그렇게 됐다.
외모적으로 보면… 호감가는 외모였는데, 참 티내기 애매한 그런 느낌이다. 학생의 누나에게 수작질 한다는게 느낌 참 그렇더라. 염불보다 제사밥에 관심있는 느낌도 들고, 발각되면 처할 난처함도 그렇다. 그러다 11월 어느날 토요일이었다.
[선생님. 빼빼로 드세요]
[아… 빼빼로요?]
2일뒤 빼빼로데이인데, 그녀가 과외 시작 전에 빼빼로 하나를 준다. 긴 포장지에 담긴, 빼빼로봉 같은 과자인데 약간 당황스러웠다.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전에 휙 나가버려 약간 멀뚱해졌는데, 책상에 앉아있는 이 남학생은 이미 빼빼로를 먹고있다.
[누나가 다음주 월요일에 회사에 가서 돌린다고 많이 사왔대요]
[음…]
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학생에게 둘째누나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말했다. 별 의심없이 알려주더라.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ㅎㅊ이과외선생님입니다. 빼빼로 감사합니다. 잘먹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칼답이다. 뭐 여튼 답장은 왔고, 과외 시작전에 빼빼로를 먹으며 잠시 잡담을 나눴다. 학생은 우적우적 먹더니 자기는 빼빼로 줄 여자애가 있는데 그냥 줘야할까 아님 따로 불러서 줘야할지 고민이란다. 이번달 안에 쇼부쳐서 사귈거면 따로 불러서 주라고 말해준 기억이 난다. 여튼 나도 받고나니 괜히 부담이 된다. 월요일날이 11일인데, 그날 과외 가기전에 빼빼로 한곽을 사서 들고갔다.
[너 먹지말고 이거 둘째누나 갖다줘라]
[올~~~ 쌤 둘째누나한테 관심있는거 아니죠?]
[야 지난주에 받았으니 답례는 해야지 임마]
…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 학생의 말처럼 관심이 있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없다고도 하기 뭐한… 이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인지, 단순한 답례의 매너인지…. 잘 모르는 그런 상태였던거같다.
그 외에는 별다른일은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학생은 그래도 제법 노력은 하는 친구라, 모의고사점수도 약간씩 오르고, 여튼 성과가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학부모의 신뢰를 얻자, 조금은 나도 마음이 놓였다.
시간이 흐른다. 12월…기말고사 준비도 해줘야한다. 슬슬 학생도 매너리즘에 들어간듯 말이많다. 여튼 얼르고 달래고 윽박지르며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그 때 가면, 그녀는 마루에서 뜨개질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다림질도 하거나.. 아무튼 뭘 깨작깨작 하고있었다.
지난번 빼빼로데이 이후 서로 연락처가 트여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 딱히 할말은 없지만 그냥그냥 안부정도 묻거나, 그녀의 회사에서 짜증나는일에 대해 넋두리도 들어주거나.. 카톡으로는 대화도 자주 하는데… 이상하게 서로 만나면 한마디도 안하는 관계였다.
기말고사를 1주일 앞둔 토요일, 학생에게 혼을 낸 뒤, 오늘은 그만 하겠다고 말하고는 나왔던 날이었다. 학생기분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내 속도 은근은근 뒤집어져서, 묘하게 스트레스 받는 그런 날이었다. 예상보다 일찍 나오자, 둘째누나가 약간 놀란듯 물어본다.
[무슨 일있어요?]
[그냥 오늘 컨디션 안좋아보여서 짧게 끝냈어요]
그녀는 잰걸음으로 학생의 방으로 가서 문을 살짝 열어보더니 안을 보고는 문을 닫는다.
[책 보고있네요.. 뭐 오늘은 영어공부하기 싫었나봐요 ㅎㅎㅎ]
여튼… 오늘은 이만 가보겠다고 한 뒤 나왔다. 내가 얼굴에 언짢은 기색을 너무 냈는지, 그녀도 약간 걱정하는 표정이다.
아파트에서 나와 집으로 가다가 카톡으로 학생에게 숙제 지시를 내릴까 하다가… 왠지 그럴 분위기는 아닌거같아서, 둘째누나를 카톡에서 찾은 뒤 넋두리를 좀 했다.
대화가 좀 오가다가 저녁에 맥주 한잔 하고싶다고 말하자, 그녀도 같이 마시자고 말한다. 그날 저녁 동네 어귀의 호프집에서 만나 어색하지만 익숙한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셨다. 평소에 카톡에서는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 만나니까, 술좀 들어가니까 그나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일요일에 뭐하냐는 화제를 하다가, 대게를 좋아한다는 말에 대게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내 말에 그녀가 막 웃는다
[대게 좀 비쌀텐데요~]
[그래봐야 게지 뭐… 내일 봐요]
일요일에 그녀의 아파트단지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는 토요일 밤에 대게 먹으러 서울 말고 동해안에 가볼까 생각을 하며 차를 가지고 나갔다. 차에 태운 뒤, 어디로 갈거냐. 뭔 대게를 이렇게 이른시간인 9시반쯤에 먹으러가냐 물어본다.
[아… 동해안 가서 직접 먹으려고]
[네??]
….
3시간쯤 가니까.. 동해, 삼척에 도착했다. 물론… 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강원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 겸해 대화를 나누며 가다보니 시간이 길지는 않게 느껴졌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의 커피 취향도 이야기하고… 아무래도 운전석이 왼쪽이다보니 내 말이 잘 안들리는지, 거의 몸을 내쪽으로 틀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도 묘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아무튼, 시장에서 게를 고른 뒤에 식당으로 올라와 대게와 회랑 이런저런걸 시켜 먹었다. 밥을 먹고.. 삼척 이사부 공원인가… 뭔 이름모를 해안을 잠깐 보는데, 그녀가 말한다.
[이렇게 겨울바다보러온게.. 거의 10년? 쯤 된거같아요…]
라며, 아빠, 엄마가 바쁘고 그러다보니 가족여행을 가본적이 적다며… 오늘 여기와서 기분이 좋다고 한다. 말수가 적은 편인데, 저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날은 내내 그녀의 오른편에 서서 걸었다. 왼쪽귀가 안들린다는 말에, 나름 배려였다. 그렇게 걷는데, 옆에서 보이는 그 표정이 너무 즐거워보여서 운전했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데, 그녀가 묻는다.
[오늘 이상하네요. 동생 과외선생님이랑 바다보러가서 대게 먹고오고…]
[뭐 그냥.. 기분좀 풀려고 멀리 가봤어요]
[ㅎㅎㅎ]
웃더니..
[저 한테 뭐 다른 생각이나 그런거 있는거 아니죠?]
약간 당황했다. 철벽녀의 정석적인 테크트리같다는 직감이 든다. 고민했다.
여기서 아니오 라고하면 끝인거고,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거에요?]
라고 되묻는걸 선택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톱을 살짝 깨문다.
[뭐 그러면…. ㅎㅎ 그런건 생각해본적없는데…]
라며 답한다. 왠지 부담스러워할까봐 그건그렇고, 저녁은 어떻게 할거냐는 식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피식 웃더니, 서울 도착하면 7시쯤 될거같다며… 점심 얻어먹고 드라이브까지 했는데 식사는 사드려야될거같단다.
집에오는길에, 저녁도 얻어먹고 그녀를 아파트단지에 내려줬다. 단지 앞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시계를 보더니 그녀가 웃는다.
[와… 우리 12시간이나 같이있었네요…]
음… 내일 출근해야하는 그녀는 좀 피곤할거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려다주고 집에와 씻고 누웠는데 카톡이 와있다. 오늘찍은 바다사진이랑 대게 사진, 뭐 이것저것 보내주는데… 기분이 묘 하다.
직감적인건, 적어도 이 여자는 내가 싫은건 아니구나 라는 자신감은 얻었던 날이었다.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19.01.07 | 현재글 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1) (10) |
2 | 2019.01.08 | 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2) (13) |
3 | 2019.01.08 | 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3) (22) |
4 | 2019.01.09 | 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4) (11) |
5 | 2019.01.09 | 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5) (29) |
6 | 2019.01.10 | 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6) (28) |
7 | 2019.01.10 | 청각장애녀 조교하다가 좃된썰(7). 완 (69) |
댓글 30포인트
Comments
자료의 퀄리티에 두번 놀랍니다. [무료 등업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