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동료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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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았던 상대와 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 상대는 같이 일하던 여직원이었다. 그녀와는 같은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나와 같이 있는 시간도 길었고, 서로 이것저것 도움도 많이 주고 받아서 회사에서 꽤 친하게 지냈다. 그녀와 친하게 지냈다고는 해도 그게 남자와 여자로서 친한 것은 아니다. 선배와 후배의 관계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그녀를 성적인 대상으로 본 적이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내 취향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못생긴건 아니다. 만일 그랬으면 이런 글을 쓸 일도 생기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냥 살짝 날티나는 평범한 외모의 여성이다. 그 당시에 나는 아직 결혼전이지만 지금의 와이프와 만나는 중이었고 그녀도 꽤 오랬동안 교재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녀의 부모님들과도 약간의 안면이 있었다. 그 분들께서는 편의점을 하셨는데, 집에 가는 길에 있던 곳이라 퇴근 길에 그녀를 종종 태워다 주곤 하였다. 그녀를 데려다주다가 그녀의 부모님과 마주칠 때에는 그냥 있기도 뻘쭘해서 차에서 잠시 내려 인사를 드리는 경우도 있었고, 가게에 방문한 적도 있었다.
그랬던 그녀와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은 주말에 잡힌 세미나 때문이었다.
세미나 일정은 수도권 근교의 골프장에 딸린 클럽 하우스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되었다. 숙식은 모두 세미나가 이루어지는 클럽 하우스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 세미나에 그녀와 내가 참석하게 되었다. 세미나 당일 아침에 일찌감치 여직원을 태우고 세미나가 있는 클럽 하우스에 향했다.
첫날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숙소는 두 명이서 함께 한 방을 쓰도록 배정되었는데, 나는 그게 싫어서 오는 길에 있었던 모텔에 가서 편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려 생각하고 있었다. 시원한 맥주를 생각하며 짐을 정리하는데, 그녀가 바로 숙소에 들어갈 거냐고 묻는다.
나는 숙소에 가지 않고 근처 모텔에 가서 잘 생각이라 답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하길 자기도 모르는 사람과 방을 같이 쓰기 싫다며 모텔가서 자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게 자기도 데려다 달라고 한다.
우리는 클럽 하우스를 나와서 차를 타고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 모텔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차 안에서 그녀가 제안을 한다. 모텔비를 반씩 내고 방을 같이 쓰자고.
그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뭐지 얘는?'이라는 생각이었다. 나름 친하게 지내긴 했어도 남녀사이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도 날 남자로 보지 않아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황스런 의아함이 들었지만 어찌됐든 나는 손해볼 일이 없으니 태연하게 쿨한척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세미나 내내 생각했던 시원한 맥주 생각에 근처에 있는 상점에 가서 맥주와 안주거리 등을 사서 들어갔다.
모텔 카운터 앞에서 그녀에게 돈을 받아 모텔비를 계산하고 작은 세면백과 칫솔 두 개, 그리고 카드키를 받는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302호실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오른다. 그녀도 들어올 때와는 달리 조금 의식을 하는지 말이 없다. 처음 모텔에 들어서는 초보 커플같이 어색한 침묵과 애매한 거리를 유지한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눈 앞에 비디오 테이프를 진열해 놓은 장식장이 보인다. 요상한 제목의 애로비디오가 대부분이다.
애로비디오가 가득한 장식장을 지나쳐 방으로 향한다. 약간 어둡고 붉으레한 조명이 모텔 복도의 둘을 비춘다. 모텔 특유의 분위기에 그래도 남녀사이라고 그녀도 의식하고 있는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
방문을 열고 스위치 옆에 카드키를 꽂는다. 방안에 조명이 들어온다. 침대 앞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맥주와 안주를 풀어 놓고 의자에 앉는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녀가 말을 건다.
"심심한데, 비디오나 볼까요? 밖에 비디오 테이프 있던데."
난 애로비디오는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조잡하다. 근데, 일반 영화랑 착각하고 말하나?
"거기엔 빨간 테이프 밖에 없던 것 같던데."
"어때요? 애들도 아니고."
이 여자 진짜 보려고 하나?
"저런건 별로 재미 없어요. 내용도 별로 없고, 어설퍼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신데~, 많이 보시나 보네~."
그녀가 약간 놀리듯 말한다.
"난 빨간 테이프 안봐요. 라벨 없는걸 보지."
"그런건 어디서 구한데~."
"TV 틀게요."
그녀가 진짜로 보려고 한건지 아님 어색함을 풀려고 말을 건 것인지는 몰라도 덕분에 조금 굳었던 분위기가 살짝 풀린다. TV를 보며 가볍게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 중에서 기억 나는 것은 그녀의 남자친구 이야기이다.
자기 남자친구의 험담을 한다. 자기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이 싫어하는 부류의 친구들과 어울린다나? 암튼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성인 남녀가 모텔방에 함께 있다. 일반적으로 남녀가 모텔방에 들어 왔다는 건 목적은 하나다. 근데 비록 험담이라고 하지만 모텔방 안에서 마주하고 있는 여자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여자도 그렇다. 모텔에 와서 남의 남자와 맥주를 마시며 자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는 멘탈을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 남의 여자와 모텔방에 단둘이 있는 나도 정상은 아니다.
아무튼 상대방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데 나만 신경쓰는 것 같기도 해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해 보면 상대방도 나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생각없이 떠드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남자친구 욕을 하면서 다른 남자와 모텔에 온 자신을 합리화 하나?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겉으론 태연한척 하지만 머릿속은 어느때보다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녀가 나와 잘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또 망설여지는 것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매일 몇시간씩 같이 있는 사이라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과 남녀 관계를 갖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매일 얼굴보고 지내야 하는데 거기에 사적인 감정까지 들어가면 일이 배는 힘들다. 거기에 회사에 소문이라도 돌면 또다른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과 안면이 있어 망설여지는 것도 있다. 나름 직장 상사라고 잘 대해주시던 모습이 겹쳐 마음에 걸린다.
도통 저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 상황까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데, 나만 혼자서 이상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괜히 나 혼자 넘겨짚고 덤벼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복잡하게 머리를 굴려봤자 결론이 나지 않는다.
이 상황이 짜증난다. 빨리 결론을 내리자.
차려진 밥상은 감사히 먹겠지만 먹어서 탈이 날 것 같으면 안 건드리는 것이 좋다.
혼자 머릿속으로 지지고 볶다가 이렇게 나름 마음의 결정을 내리니 괜히 흥분되어 설레던 기분도 진정되고 편안해진다. 약하지만 술기운이 돈다. 계속 신경이 쓰여 긴장상태에 있다가 마음이 편안해지니 몸도 풀린다. 그녀에게 내일의 일정을 위해 그만 자자고 말한다. 먼저 씻으라고 말하고 TV로 눈을 돌린다.
한참 후 젖은 머리로 그녀가 나온다. 반바지에 반팔. 비록 편안한 옷이지만 모두 갖추고 나왔다. 윗가슴에 슬쩍 비치는 실루엣에 브래지어가 비친다. 그녀도 뭔가를 바랬다면 저렇게 다 입고 나오진 않았겠지. 여기서 일말의 기대를 접는다. 그냥 편안한 밤을 보내기로 한다.
이번엔 내가 씻으러 들어간다. 욕실이 생각보다 넓다. 욕실에 들어가니 후끈한 수증기와 달콤한 바디워시 향이 반긴다. 평소대로 샤워를 한다. 그래도 만에 하나 혹시 모르니 평소보다 사타구니 부근을 더 신경써서 닦는다.
샤워를 마치고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습한 욕실 안에서 잘 입혀지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고 나간다. 그녀도 그랬을까?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을 나선다.
그녀는 침대 위에 엎드려 TV를 보고 있다. 나도 대충 마무리를 한 후 침대 앞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는다. 그러자 그녀가 자기 옆을 툭툭치며 옆에 와서 같이 TV를 보자고 한다. 침대 위로 올라오라는 그녀의 말에 접었던 기대감이 다시 스물스물 올라온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자리를 옮겨 그녀 옆에 어색하게 걸터 앉는다. 엎어져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내려다보니 또 여러가지로 심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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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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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의 퀄리티에 두번 놀랍니다. [무료 등업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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