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내가 여자친구 사귀었을 때 썰. TXT
초딩 때는 여자애들이 나 좋다고 집까지 따라오고,
고딩 친구한테도 "억지로" 소개 받고,
대학생 때도 "억지로" 소개 받고,
친한 여자 동생 한테도 "억지로" 소개 받고,
직장인 때도 자주 "억지로" 고백 받고 뭐 그랬어.
과에서 제일 예쁜 여자 차로 집에 갈 때 태워준다고 해서 "억지로" 자주 같이 하교 하고,
근데 여자 관련해서 거의 모든 경우를 켄슬 놨다.
"즈기요, 저는 여자가 진짜로 필요가 없그등요."
여자가 이쁘든 성격 좋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사는 데 지장 없는 데 왜 굳이.
불편하다거나 귀찮다거나 해서 다 켄슬놨다.
본능적으로 여자가 불편했다.
근데 나를 포섭했던 제대로 된 여자가 하나 있었어.
여자가 필요 없던 나를 완전히 구워 삶았었다.
일단 미묘하게 멀찍이서만 접근을 함.
기본적으로 어른 스러운 여자였음.
내 물건 만져보거나,
자주는 아니고 가끔씩 "필요에 따라" 말을 건다.
나는 버스 타고 다녔는 데 어느날 우연히 내가 타는 버스에 타서 내 앞에 앉거나.
계속 절대로 친한 척은 안하고,
그냥 우연한 접점만 조금씩 늘려갈 뿐.
그 여자는 얼마나 영리한지, 게이지를 조금씩 늘리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음.
친구 생일 파티 중에 예정 없이 갑자기 거기 오거나,
미묘하게 접점이 있을랑 말랑
닿을랑 말랑 외줄타기 고수였지.
밀당은 이렇게 하는 거다.
절대로 노골적으로 접근을 안함.
나도 노골적인 거 제일 싫어함.
그 여자는 학교 여왕벌이었어.
여성스러워서 여자들도 그 여자를 동경했고, 남자 친구들도 많았다,
발도 넓었고, 어른들하고 말도 잘 하고 머리가 좋은 여자지.
MT 가서 게임하는 데 몇 백명이 하는 데
그 여자와 나 단 둘이 남기도 했었고.
그러니까 이건 운명이지.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것도 개인적인 의도가 아니라,
공적인 용무로 주고 받게 되었었음.
그렇게 접점만 늘어가길 1년 여,
닿을랑 말랑 하면서 마음만 조금씩 뺏는 거지.
어느새 나는 특별한 관계가 된 기분이 들게 되었다.
내가 마음을 키워갔던 유일한 여자였다.
그 뒤로 그보다 똑똑한 여자는 내 평생 보지 못했다.
근데 문제가 있었는데 나는 결코 여자한테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아님.
그 여자가 좋든 말든 일단 나는 본능적으로 "여자는 굳이 필요 없다"는 스탠스였기 때문.
그러다 어느날 마침내 연락이 왔다.
잠깐 학교 끝나고 볼 수 있냐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여자가 나를 따로 불러낸다는 건 그것 밖에 없거든.
그래, 그거.
그래서 나는 머리 잔득 복잡해지고, 기대도 하고 노심초사하면서
약속 장소인 식당에서 기다렸다.
좀 기다리니 정말 왔다.
둘이 이야기 좀 하다가,
누가 올 건데 괜찮냐고 함.
'여기 누가 온다니 무슨?'
좀 기다리니 과에서 제일 인기 많은 형이 옴.
뭐 성격 좋고 잘생겼지.
하더니 그녀 옆에 바짝 붙어 앉더니 서로 손을 잡음.
'이 상황 뭐야'
둘이 사귄지는 좀 됐는 데,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했지만,
너한테는 따로 말해주고 싶었데.
이제 곧 사귀는 걸 사람들한테 이야기 할거라고.
뒷통수 쎄게 맞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면 그렇지 시발.'
하면서 둘이 내 눈 앞에서 꽁냥꽁냥 대면서
노는 거 보면서
맥주 연거푸 들이키고 내가 계산한다고 하고
나옴.
지금까지 그건 뭐였지 싶었지만,
어쨌든 잊어야지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동안 그렇게 밀당을 오래 했는데,
내가 절대로 먼저 연락 안하니까 그 여자의 일종의 복수 였던 것 같다.>
그 뒤로 볼 때마다
둘이 애칭 부르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거 보면서
속이 뒤집어졌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둘 다 좋은 사람이었고 뭐 둘 다 나쁜 감정은 없었음.
그 뒤로 싸악 사라지더라.
미묘하게 이어지던 그 밀당이.
놀랍게도 싸그리 사라짐.
그러던 6개월 뒤,
방학이었는데
친구 만나러 시내 나가는 중에
연락이 왔다.
"안녕. XX군. 나 누군지 알아? 설마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지금 바빠?"
이제는 그 여자는 나를 포섭할 전략을 새로 바꿨지.
그 뒤로 그녀의 새로운 전략에
나는 그녀의 그물에 점점 빠지게 되었다.
댓글 30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