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시절 이야기...2
선생님의 집으로 가던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어머니와 같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몇개의 가게들이 붙어있는 골목길 끝에 대문이 큰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선생님은 표정이 없었다. 무서웠다. 어머니는 선생님과 이래저래 이야기후에 양손에 가득한 짐을 들고 내가 살 방에 들어갔다.
내방은 마당이 있는 집 왼쪽편에 일종의 머슴방(?)구조였다. 바깥과 통하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주방과 방문이 있고 방으로 들어가면 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 방문이 선생님집의 거실이리고 해야하나 마루라고 해야하나 그쪽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영화 타짜의 평경장의 집과 같은 느낌이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듯하다.
그렇게 짐을 풀고 어머니와 선생님은 한참 이야기를 하곤 집으로 가셨다. 난 어색하고 왠지 모를 어색함과 위압감에 어머니를 마중간다는 핑계로 한참을 밖에 있다 들어갔다.
방에 들어와 오랜시간 멍하게 있을때 노트소리가 들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고 나의 처지를 깨달았다.
"태주(가명)야 저녁먹어"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네…"
밥상에서는 정막이 흘렀다. 고개를 들지않고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수저와 젓가락을 올렸다.
"입맛에 맞니? 엄마가 해준것보다 맛없지?"
고개를 들고 선생님을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감히 위압감에 선생님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작은 밥상 사이의 공간은 위압감도 어찌할수 없었다.
약간은 긴 얼굴형에 날카롭게 올라간 눈섭과 매서운 눈, 오똑한 코, 큰 입,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은 서구적인 미인형의 마스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때는 전형적인 무서운 선생님의 얼굴이였다.
"아니에요 맛있어요"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 해줄테니...선생님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야 엄마처럼 생각해"
그리곤 살짝 이가 들어나게 미소지어 주셨다. 그때 무언가 댐같은 것이 무너지는 느낌있다. 가슴속에 답답하게 막혔던 무엇이 터져나왔다.
미소는 미소이상이였다. 밥맛을 느낄수 있었다.
이후 몇년간 알게된 선생님은 보기에는 무섭고 범접하기 힘든 도도함이 있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한없이 정과 사랑을 나누어주었던 따듯한 여자였다.
그렇게 선생님의 미소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나의 가정과 학교생활에 대해 선생님이 물어보고 내가 대답하는 형식이였지만 나도 선생님의 이름을 포함해서 몇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이후 얼마간은 평범한 일상이였다. 선생님과 하루 두끼 밥먹을 때를 제외하곤 난 늘 내방에 있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던 선생님과의 관계는 그날 이후로 변화가 있었다.
그날은 학교에서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꽤나 힘든 사건이 있었고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이 무겁고 외로움이 무척 컸었다.
난 작았고 왜소했고 말랐었다. 그래서 그런지 늘 소심했고 주늑들고 있었고 맘을 터놓을 친구도 없었다.
그날은 아마도 그런 내가 선생님의 모성애를 자극했을 것이다.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01.23 | 꼬꼬마 시절 이야기...1 (13) |
2 | 2020.01.26 | 현재글 꼬꼬마 시절 이야기...2 (8) |
3 | 2020.01.28 | 꼬꼬마 시절 이야기...3 (15) |
4 | 2020.01.29 | 꼬꼬마 시절 이야기...4 (10) |
5 | 2020.02.11 | 꼬꼬마 시절 이야기...5 (13) |
6 | 2020.02.12 | 꼬꼬마 시절 이야기...6 (17) |
7 | 2020.02.14 | 꼬꼬마 시절 이야기...7 (15) |
8 | 2020.03.11 | 꼬꼬마 시절 이야기...8 (14) |
9 | 2020.03.20 | 꼬꼬마 시절 이야기...9 (20) |
10 | 2020.03.29 | 꼬꼬마 시절 이야기 (1) |
11 | 2021.02.02 | 꼬꼬마 시절 이야기...10 (26) |
12 | 2021.02.03 | 꼬꼬마 시절 이야기...11 (19) |
댓글 30포인트
Comments
자료의 퀄리티에 두번 놀랍니다. [무료 등업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