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시절 이야기...3
최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있지만 사실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그래서 대화나 행동은 극적인 것을 동원했다.
다만 그때의 느낌이나 장면들은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자세히 쓰려고 한다.
너무 필력을 쓰면 소설처럼 느낄것 같아... 최대한 자제하고 쓰니 이해 바란다.
---------------------------------------------------------------------------------------------------
그날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다는 것과 선생님집에 들어와서도 나혼자라는 외로움에 가슴이 먹먹했었다.
그시절에는 토요일에도 오전까지 수업이 있어서 오후가 되서야 버스를 타고 부모님 집으로 갈 수 있었지만 부모님은 오후에도 늦은 시간까지 퇴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시간동안에는 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내고 일요일에 저녁을 먹고는 다시 선생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부모님은 공장에 납품물량이 밀려있을 때는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해서 정작 나와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안았다. 그만큼 애정은 결핍되어 갔다.
힘들고 서글픔에 나도 모르게 선생님댁의 전화기를 들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한참동안 신호가 갔지만 부모님은 퇴근전이였고 동생들은 나가서 놀고 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왠지 모르지만 눈물이 흘렀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전화기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때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섰을 때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주야? 왜 울어?”
“아니에요.”
“무슨일이야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어? 무슨일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봐”
“그냥 엄마가 보고싶어서요”
당시 학교에서의 기억은 없지만 그대로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기억은 남아 있다.
“그래…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랬구나...”
선생님은 측은하게 날 바라봤다. 그리고 선생님은 손으로 내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래 혼자 지내는게 힘들고 외롭지… 선생님도 가끔 그래…”
“...”
“우리 오늘 저녁은 맛있는거 먹을까? 먹고 싶은거 있어?”
“... 아니요. 별로 먹고 싶은거 없어요.”
“좀 늦었지만 장보러 가자… 집에는 재료가 별로 없네…”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는 밖으로 나가 근처에 있는 시장에 가서 이것 저것 장을 봤다. 선생님은 장을 보고 집에 들어올 때까지 내내 내손을 꼭 잡고 다녔다. 나도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왠지 모르지만 그때 선생님의 손이 무척이나 따듯했고 엄마와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저녁을 만드는 동안에도 선생님은 나를 불러 요리하는 것을 도와달라며 잔일을 시켰다. 요리하는 동안에도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선생님은 말을 많이 했었다. 덩달아 나도 말을 많이 했었다.
이날 기억에 남는 대화는 선생님의 신상에 관한 몇가지 일이였다.
“선생님은 이 집에서 태어났어. 선생님 엄마가 나를 낳고 몇년 뒤에 돌아가셨어.”
“... 엄마의 모습이 기억에 없어. 사진에 남아 있는 엄마가 다야… 그래도 많이 보고 싶어.”
선생님의 말에는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듯했다. 그리움 원망 서글픔 등등… 선생님 강해보이지만 나와 같이 여리구나라고 생각되었다.
“선생님 아빠는요? 형제는 없어요?”
“나 20살때 결핵으로 돌아가셨어. 난 외동딸이고…그때부터 결혼할때까지 여기서 혼자서 살았었어. 선생님 새엄마도 있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떠나셨어.”
좀 놀랐다. 갑작스레 변화된 환경에 내자신을 추스리기도 힘들기도 했고 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성격이 아니라 이제껏 선생님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선생님이 왜 남편이 없는지 왜 혼자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
선생님의 얼굴에서 복잡한 감정이 읽혀졌다. 선생님은 한참 말이 없었다. 나도 느낌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태주야 우리 노래 들을까?”
나의 동의는 구할 필요가 없었는지 선생님은 바로 오디오로 가서 LP판을 하나 고르시곤 작동시키셨다. 무슨 노래가 나왔었는지는 기억에 나지 않지만 꽤 흥겨운 노래였던 것만은 기억한다.
이런 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저녁을 먹고 설겆이까지 선생님과 같이 했다. 설겆이 하던 선생님의 뒷모습이 기억난다. 몸매가 들어나는 꽃무늬 긴 원피스입고 흥겨운 노래소리에 작은 몸동작을 하던 모습은 아름다웠다. 특히나 좌우로 살짝 움직이던 선생님의 엉덩이가 뇌리에 분명히 새겨져 있다. 성적인 느낌이라기 보다는 엄마와는 다른 실루엣에 대한 신비감이였을 것이다.
설겆이를 다 끝마치고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테레비 볼래?”
선생님은 역시나 장보러 가던때와 같이 나의 동의는 구하지 않고 손을 잡고 선생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TV는 선생님방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밥상을 놓고 먹는 곳은 거실이라기 보다는 마루여서 TV는 그곳에 없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선생님의 방에 들어갔다. 작은 장농이 있었고 책상과 책장이 있었고 아랫목에는 요와 이불이 깔려있었다. 정갈하고 깨끗했다.
선생님과 함께 이불속에서 TV를 보았다. 3월이라 아직까지 밖은 꽤 쌀쌀했다. 이불속은 따듯하고 아늑했다. TV를 보는 동안 선생님이 가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렇게 TV를 보다 선생님이 문득 물었다.
“부모님하고 동생들 많이 보고 싶니?”
“...”
“혼자 저방에서 자니까 외롭고 무섭지? 저 방 불끄면 아무것도 안보이자나…”
“조금요...”
“오늘 선생님방에서 같이 잘까?”
“그래도 되요?”
머리속에서는 분명 거절을 했는데 말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아마도 힘든 하루에 선생님과의 같이 보낸 몇시간에 선생님에게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그럼… 나도 혼자 자면 가끔 무서워… 태주하고 같이 자면 나도 좋지.”
선생님은 나에게 씻고 옷을 갈아 입고 오라 했다. 다시 선생님의 방을 갔을때는 선생님이 없었서 다시 나와보니 집안 욕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내가 씻는 곳은 내 방을 열면 바로 나오는 방에 딸린 주방이였다. 일전에 머슴방이라고 설명했는데 달리 다른 용어가 있으면 알려줘라. 아무튼 그곳에 수도와 바닦에 배수시설이 있었다. 지금은 이런 구조의 집을 보기 어렵다. 내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밖에 있어서 집안의 욕실은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뻘줌하게 기다리니 선생님이 잠옷을 입고 욕실 나오셨다. 참고로 잠옷은 전형적인 영화에서 나오는 상의와 하의였고 하의는 바지형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실 선생님은 잠을 잘때 뭔가를 잘 걸치고 자는 스타일이 아니였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해볼까 한다.
“방에 들어가 있지. 왜 나와있어? 춥다 들어가자”
이불속은 따듯했다. 단순히 온도의 문제는 아닐것이다. 선생님의 품속에서 선생님의 숨소리가 들렸다. 내가 작아서 그런지 선생님의 품속에 폭 파묻혀 있었다.
난 중학생이였지만 워낙 작고 말라서 초등학생처럼 보였다. 지금이야 185cm가 넘어가는 거구가 되었지만 그때는 작고 앳됐다. 그때의 내가 보통의 중학생처럼 자랐다면 아마 선생님과의 추억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나였기에 선생님의 모성애를 자극했을 것이고, 그런 나였기에 아무런 사심없이 선생님에게 다가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몸에서는 향기가 있었다. 엄마에게는 없는 향기였다. 그 향기에 나른해지고 포근함을 느꼈다. 처음느껴보는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확실한 것은 엄마와는 다른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후로 나와 선생님의 관계는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대화가 많아졌고 웃음이 많아졌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후로 종종… 아니 자주 선생님과 같이 잠을 잤었다. 어느 날부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선생님의 방에서 자는 일이 일상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과의 관계에 다시금 변화가 생기는 일이 생겼다. 그 일 이후로는 선생님을 “여자”로서 느끼게 되었고 선생님도 나를 단순한 아이로만 느끼지는 아니게 되었을 것이다.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01.23 | 꼬꼬마 시절 이야기...1 (13) |
2 | 2020.01.26 | 꼬꼬마 시절 이야기...2 (8) |
3 | 2020.01.28 | 현재글 꼬꼬마 시절 이야기...3 (15) |
4 | 2020.01.29 | 꼬꼬마 시절 이야기...4 (10) |
5 | 2020.02.11 | 꼬꼬마 시절 이야기...5 (13) |
6 | 2020.02.12 | 꼬꼬마 시절 이야기...6 (17) |
7 | 2020.02.14 | 꼬꼬마 시절 이야기...7 (15) |
8 | 2020.03.11 | 꼬꼬마 시절 이야기...8 (14) |
9 | 2020.03.20 | 꼬꼬마 시절 이야기...9 (20) |
10 | 2020.03.29 | 꼬꼬마 시절 이야기 (1) |
11 | 2021.02.02 | 꼬꼬마 시절 이야기...10 (26) |
12 | 2021.02.03 | 꼬꼬마 시절 이야기...11 (19) |
댓글 30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