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이야기 _ 1
가끔씩 시간이 남는데 딱히 할일이 없어서 붕~ 뜨는 짧은시간.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습관처럼 가끔 들어와서 보는 썰게.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글이 뜸하고 점점 또 침체기에 빠져드는듯 하네요
한번. 두번. 시간을 두고 와봐도 똑같은 페이지에 실망이 반복되어
예전 글이라도 재미있는 이야기 없을까 뒤적 거리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읽고, 댓글이 폭발하는 글들은 대부분 동일한 이슈를 갖고 있더군요
' 배덕 '
각 글쓴이 마다 상황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지만
'배덕' 이라는 그 글자가 갖는 의미가, 평소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달콤하지만 위험한 과실을 탐하듯. 그렇게 끌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누구나 경험해보는 평범한 연애와 육체적인 관계.
그건 이미 "나"도 경험해본 별 특별한것이 아니기에 새롭지 않고 덤덤해질뿐이겠죠.
누구나에게 한번씩 찾아오는 첫사랑의 이야기는 애틋한듯하지만 고리타분한 재미없는 이야기 처럼.
단순히 남녀 성기의 삽입 이라는 이야기가 혈기왕성한 소년에게는 판타지 이지만,
와이프의 샤워가 두려운 중년에게는 스릴러가 되듯.
역시 흔한 연애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있어서 '배덕' 이라 부를수 있는 몇개의 기억들을 짧게나마 풀어볼까 합니다.
이후 말은 편하게~
------------------------------------------------
첫 이야기.
[ 클래식 기타와 빨간 피크 ]
20xx년 봄.
고등학교때 친구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합격하고, 꿈에도 그리던 캠퍼스 라이프를 기대하며 집과 학교를 오가던 그 어느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들은 푸념을 늘어놓을수밖에 없었어.
"야. 대학수학 그 교수 좀 미친거 아니냐? 뭘 설명을 해줘야할거 아냐. 지 혼자 풀다가 그냥 지워버리면 뭐 어쩌라는거야"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인생이 뭐 다 그렇지 ㅋㅋㅋ 그나저나 하필 교양 신청한것도 어째 다 남자뿐이냐"
꿈꾸던 대학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생활.
처음해보는 수강신청에 멍청하게도 학점신청을 많이하면 좋은줄알고 빼곡하게 채워넣은 시간표 덕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만 듣다가 집에가는 그 길에서.
"우리 동아리나 들어갈까??"
친구의 한마디가 그날따라 유독 달콤하게 들리더라.
꼴에 영어보다는 수학을 좀더 좋아하고, 이과 출신에 공대를 선택한 불쌍한 두 공대생이 기대한 대학생활에
소개팅? 연애? 는 고사하고 수업진도 쫓아가기 바쁜 생활속에 '동아리' 라는 단어는 마음속에 큰 두근거림을 가져왔었지.
"내가 알아봤는데, xxx 동아리라고 기타나 뭐 그런거 알려주는곳 있다던데? 여자도 많고 ㅋㅋㅋ"
"나 기타같은거는 구경도 못해봤는데? 받아주기는 한데? "
"그러니까 막 예쁜 선배있으면 가서 알려달라고 좀 앵기고 그런거지~~ ㅋ"
쓸데없는 20살 모쏠 남자들의 망상과 잡담은 끊이지않았고
그 잡담의 끝을 알린건 다음날 동아리실 문앞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잔잔한 기타소리와
기타연주 중간에 노크를 해도되나? 라는 망설임에 나몰래 삼킨 마른침의 커다란 울림이였지.
'꼴깍'
어느덧 기타소리는 조용해졌고, 조심스럽게 노크와 함께 살짝. 소심하게 동아리 문을 열어버렸는데.
수업을 끝내고 누군가는 집으로, 누군가는 서로서로 어울려 술집으로 찾아가는 이른 저녁.
노랗게 저물어가는 저녁노을빛이 어둑한 실내를 조그마하게 밝히고 있고.
약간은 높은듯한 의자에 걸터앉아 아슬아슬하게 올라가서 엉덩이가 보일듯말듯한 미니스커트.
그 밑으로 노을빛을 받아 마치 도자기처럼 하얗게 빛나는 종아리와 허벅지.
넋을 놓게 만드는 그 아름다운 곡선위에 올려져있는 클래식 기타와
기타를 작게 톡톡 두드리며 마치 무슨일로 왔냐고 묻고있는듯한 그녀의 입술과 쏙 빼닮은 빨간 피크.
톡.톡.톡.톡.
작게 울리는 그 피크소리와는 반대로 내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지.
그게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어.
[ 여왕벌 ]
멍~ 하니 반쯤 넋 놓고 그 모습에 빠져있을때.
- 어떻게 오셨어요??'
걸죽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어.
그녀만을 쫓아가고 있던 좁디좁은 내 시야가 순간적으로 넓어지면서
약간 떨어진 옆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또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하더라
고릴라 같은 덩치의 괴수 한명. 하이에나 같은 얍삽한 모습의 깡마른 남자 한명.
그 외 특징없이 동네 구석구석 있을법한 흔한 인상의 사람들.
그 모두가 그녀의 기타 소리에 숨죽이며 조용히 있었는지, 처음 문을 열때에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랐었어.
뭐 아무튼 고릴라로 부터 시작된 질문에 동아리 가입하기위해 왔다는 대답과
상투적인 집은 어디냐. 나이는 어떻게 되냐 등등의 가입명부 작성하느라 오가는 질문들 사이로
똑같이 흔해빠진 대답을 하면서도 곁눈질로 슬쩍슬쩍 그녀를 염탐? 하기에 정신이 없었지 ㅋㅋㅋ
키가 크지는 않지만 조막만한 얼굴에 몸 전체의 비율이 좋아 절대 작게 느껴지지않는 모습
자신의 존재감을 수줍지만 당당하게 어필하고 있는 가슴은 기타를 메려고 가지고 있던 크로스백을 두르는 순간.
마치 '안녕~' 이라고 인사하듯이 봉긋~ 솟아오르며 더욱 존재감을 뿜어냈고.
그 모든것중에 가장 아름답던건, 처음 시선을 뺏겨버렸던 잡티하나 없는 매끈한 종아리와 허벅지.
살랑살랑~ 걸을때마다 움직이는 미니스커트의 움직임에 내 가슴도 울렁울렁~ 요동치느라 정신없었어.
흔히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미인상은 아니지만
약간은 날카로운듯? 부드러운듯?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얼굴.
지금 생각해보면 딱 서현진과 닮은듯한 그녀.
그런 그녀를 힐끗힐끗 곁눈질해가며 어느정도 입회명부 작성이 마무리되갈때쯤.
"나 간다~ 금요일에 늦지마~"
맑은 음색의 목소리를 남기면서 그녀가 일어나자
내 앞에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던,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무리가 다같이 우루루~ 일어나 배웅하더라
동아리실의 분위기를 쥐락펴락~ 가지고 놀며 흔들어버린 1년 선배인 서현진 선배.
그녀를 표현하는 단 하나의 단어
' 여 왕 벌 '
여왕벌의 노래에 취해 집으로 가는 지하철안에서 친구와 나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아마도… 둘다 똑같은 생각. 똑같은 마음이었겠지.
' 여왕벌을 내 둥지에 가두리라 '
[ 안녕. 1 ]
동아리 생활은 뭐랄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한달에 한번씩 마지막주 금요일 저녁.
자체 연주회라면서 빈 강의실에서 연주도 해보고 하는 행사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악기를 잘 다루는 몇몇 소수인원이 억지로 끌고간다는 느낌이었고
실질적인 모임의 목적은 뒷풀이에 있었어.
여왕벌과 그녀에게 구애의 몸짓을 날리는 아프리카 맹수들.
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또다른 여왕벌 후보들과
애초에 블루오션을 찾겠다며 다른 여학우들에게 접근하는 참 많은 궁상들이 뒤엉킨 술자리.
"야~ 너 잘생겼따~? 한잔 받아~~"
"집은 어디야?? 있다가 같이가면 되겠네~~ "
동아리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몇번 인사하고 이름 정도만 알고있었던
굉장히 활발한 성격의 전소민을 닮은 선배가 은근 나에게 관심을 표출하며 술을 건네고,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몇번씩 받아 마시는게 반복되며 주변에서 은근슬쩍 '오오~' 해가며 몰아가는 그 분위기속에서
나는 눈치를 볼수 밖에 없었어.
하필. 그 활발하고 말괄량이 같은 소민 선배는 여왕벌. 현진 선배의 친한 친구였었지.
고등학교 동창인 내 친구는 도와달라는 간절한 S.O.S는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동기였던 다른 여학우에게 열심히 추파를 날리며 짠! 짠!! 외치다가 술이 떡이되어 엎어져있어서 도움은 못되고
나혼자 어찌할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는 그 사이사이 살짝 현진 선배의 눈치를 보고는 했는데
뭐 당연히 그렇듯이 나라는 존재는 이미 관심밖의 사람인냥
한참 떨어진 테이블에서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그렇게 몇몇의 사람들과 이야기만 하고 있더라
그녀는 동아리의 총무 역할을 맡아 마지막 회비 계산등의 일을 해야하기에 더욱더 철벽을 치고 그렇게 앉아있는듯 했어.
술자리등에서 자연스레 조금씩 친해져보리라 했던 내 생각은 물건너 간거였지.
지금 내 옆에서 신나게 떠들며 은근슬쩍 기대는 이 사람이 소민이 아닌 현진 이였으면….
기분이 좋은듯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하고. 그런 소주와 같은 맛의 뒷풀이가
1차를 마무리 하고, 2차를 외쳐가며 마구 뒤섞여 나올때쯤.
난 조용히 몰래 도망쳐 나와 지하철에 몸을 싣기 위해 비틀 거리며 걸어가고 있었어.
학교에서 집에 가려면 지하철로 1시간반을 넘게 가야하는데
다른 사람과 어울려가며 2차를 달렸다가는. 꼼짝없이 길바닥에 신세를 져야했었기에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비틀비틀 개찰구를 지나려는 그 때에.
- 딸랑~ 맑은 방울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
"거기~~ 잘생긴 총각~~~ 같이 갈까요???"
1차 술자리 계산을 끝내고 총무로써의 일을 마친 그녀가 짐을 덜어서 속시원하다는듯이
옅은 미소를 띄고 뒤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어.
그녀의 서두르며 살짝 뛰듯이 다가오는 발걸음에 흔들리는 기타케이스.
케이스에 메달린 인형과 작은 은색 방울.
딸랑딸랑~ 맑은 방울소리와 그녀는 그렇게 내앞에 다가와서 던진 한마디.
"안녕?"
그렇게 그녀가 나의 공간에 한발짝 다가오기 시작했지.
[ 안녕. 2 ]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1시간반을 가야하는 먼길이기에 이런저런 잡스러운 이야기를 하면서 은근 같은 방향이기를 빌었는데.
나는 수원방향. 그녀는 인천방향.
짧은 2호선을 뒤로하고 시청역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져야하지만.
아주 자연스레?? 아니면 아주 티나게?? 인천행 지하철에 같이 올라타고
'응?' '왜?' 라는 그녀의 물음에. 좀 가다가 급행탄다는 되도않은 핑계를 대고 있었지.
막차시간이 가까워와서 서둘러 사람이 몰렸는지 지하철은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기타 케이스가 걸리적거리기에 벽을 등지고 뒤돌아선 그녀와 나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되어버렸어.
열리지않는 문쪽에 기대어 선 그녀와 그 앞에서 점점 사람에게 밀려 가까워지고 있는 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혹여나 들키지 않을까.
어떻게든 다리에 힘줘가며 버티고 있는 나를 살짝 잡아당기며 끌어준 손길에.
술기운인지. 아니면 부끄러움인지 뻘겋게 얼굴이 달아올랐고.
그런 내모습이 신기했는지 살짝 웃으며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더라.
" 왜 소민이랑 2차 안갔어?? 소민이 싫어?? 인기 많은데??"
" 아… 싫거나 그런게 아니라… "
" ㅎㅎ 싫은게 아니면 좋아??"
" 아니 그런게 아니라…. "
" 소민이 예쁘자나 성격도 좋고~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고~ 선배들이 좋다고 쫓아다니다가
군대가서도 휴가때마다 찾아오고 그러기도 해"
" 제가 이런거에 경험이 없어서요 남중/남고/공대라서 ㅎㅎ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요…"
" 헐 모쏠이었어?? 왜??? 인기 많았을꺼 같은데?? 내가 잘 이어지도록 도와줄까?? "
그녀와의 대화는 즐겁지만, 그 대화의 핀트가 무언가 엇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들때쯤 어느덧 신도림역이 다가왔고,
미친듯이 밀려드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러쉬에 몰려서 품에 끌어안듯이 가까워질수밖에 없었던 그녀와 나.
코끝을 간지럽히는 연한 향기와 살짝 시선을 내리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봉긋한 가슴.
버틴다고 버텨봤지만 흔들리는 지하철에 살짝씩 스치며 느껴지는 그녀의 허벅지.
갑작스런 가까워짐에 그녀도 놀랐는지 대화가 멈춘 그 짧은 몇분.
영원하기를 바랬던 그 시간은 바로 다음역인 구로역임을 알리고.
집에가기 위해 나는 그 지하철에서 발걸음을 내릴수밖에 없었어.
인사라도 하려고 살짝 멀어졌을때 다시금 바라본 그녀의 얼굴은
언제부터인지 나와 똑같이 빨간 얼굴을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지
"안녕~ "
[ 불여우 ]
뜨거웠던? 지하철의 기억에 어떻게 가까워질수 없을까 싶어 동아리실을 내집처럼 들락날락하기 시작했지만
학년과 학과 모든게 달랐던 그녀와의 접점을 찾지못하고 상실감에 빠져있는 날이 몇일 지속되었는데
내 고등학교 친구는 예전에 그렇게 짠!짠! 외치던 그 동기하고 썸을 타더니, 결국 나를 버리고 꽁냥꽁냥 지내기 시작하더라
친구와 친구의 그녀, 그리고 그녀의 또 친구들.
한 4~5명의 무리와 어울려 지내기 시작했고.
서로 좀 친해지고 은근슬쩍 몇몇이 나에게 살짝살짝~ 흘리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난 아직까지 현진선배를 맘에 쫓고있었기에 애매한 거리감을 갖고 있던 그때였어.
물론 첫 뒷풀이때 관심을 표해왔던 소민선배도 몇번 찾아오고, 이야기해봐도 내가 시쿤둥한 모습을 보이자
풀이 죽은채로 씁쓸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후로는 동아리실에서 모습을 볼수 없었지.
현진선배처럼 나와의 접점은 없는데 억지로 동아리실에 들리며 나를 기다렸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내가 거절아닌 거절을 한 이후로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 마주치기가 쉽지않은듯하더라
그것도 아니면 일부로 피한건가?? 뭐 어찌됬든 씁쓸하지만 어쩔수없는거지..
그냥 그렇게 엉뚱한 사람들과 어울리던 그때
전공수업은 어쩔수 없어도, 교양수업은 '미안~ 대출좀~' 하더니
꺄륵꺄륵 거리며 봄날의 캠퍼스를 뛰어가는 그친구의 뒤통수에 저주를 뿌리며
"네!"
"눼~"
해가며 대출로 바쁘게 지내던 어느날.
공대수업만 듣기 좀 그렇다며 상경계열 교양수업을 신청하여 나홀로 멀리 타과 대학 건물에서 멀뚱히 걸어가던 그때
거짓말처럼 수많은 사람들속에서도 저멀리 걸어오고 있는 현진선배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
그 특유의 쭉뻗은 하얀 다리와 어울리는 하늘거리는 원피스가 걸음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며
지나가던 남자들의 힐긋힐긋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는지 살짝은 도도한척 걸어오는 당당한 모습.
그러다 멀뚱히 서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약간은 놀람. 반가움. 의외라는 표정으로 또다시 뛰듯이 빠른걸음으로 다가오고는
"안~ 녕~~ 여긴 어쩐일이야? 공대 아니었어?"
환하게 웃으며 묻고있는 그녀에게 난 마음과 다르게 또 어버버 거려버렸어
"아… 교… 교양이요."
"아? 그래?? 나도 이제 수업있는데, 몇시간짜리야???"
"2시간이에요. 여기 203호."
"오~~ 잘됬다 그럼 있다가 점심시간 괜찮아??? 잠깐 시간돼??"
"아. 괜찮아요 친구도 먼저가서 괜찮아요"
"그럼 잠깐 핸드폰좀. 이따 내가 끝나고 전화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그렇게 나의 핸드폰에 그녀의 번호를 남기고 해맑게 손을 흔들며 뒷걸음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갖 망상에 빠져들수밖에 없었어
' 하~ 이렇게 연애가 시작되고, 결혼하면 애를 몇이나 낳을까??? 집은 아파트가 좋겠지??? '
별 그지같은 망상에 빠져있다가 강의종료를 알리는 교수의 말에
미친듯이 화장실로 뛰어가서 되지도않은 머리를 메만지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언제 전화가 오려나~ 손에 붙잡은 핸드폰을 들었다놨다 초조하게 기다리기를 10여분.
- 띠리리링~ '현진'
그 핸드폰의 발신자표기가 그렇게 기쁘게 보일수가 없더라.
"오래기다렸어?? 미안~ 지금 여기 1층 현관 앞인데 여기로 와줄래?? "
"네!! 바로 갈께요"
2층에서 1층 내려가는 그 계단을 무슨 번지점프하듯 쿵쾅거리며 뛰어간 그 현관.
그 현관에는 나말고도 아프리카 초원의 야수무리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그럼 그렇지..
몇일후가 축제인데 그때 동아리에서 주점/카페/음식점 등의 정체모를 장사를 하기로해서
물건도 사고, 미리 정리도 하고. 꾸미고… 말그대로 인테리어 잡부 및 물류용역직원의 모임이었어
여왕벌은 그렇게 야수무리들을 이끌고 일을 해결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던거지.
뭐 어쩌겠어…. 어느덧 나도 그 야수무리에 섞인 미천한 가젤 한마리가 된듯하니
몇일동안 늦게까지 뚝딱뚝딱 장사준비를 할 수밖에… ㅜㅜ
밤늦게까지 망치질 이나 잡일을 하다가 뻐근한 몸을 토닥이며 지하철을 타러가는데 이게 대체 뭐하는짓인가 싶더라.
다 때려치우고 동아리 관둘까 싶었는데, 그럴때마다 들려오는 목소리
"ㅇㅇ 아~ 같이가~~~"
어느덧 내 이름을 불러주는 여왕벌님은 일벌들을 부리는 페르몬을 뿜으며 그렇게 몇일 지하철을 같이 타고 가게 되었어
'인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라는 알림음에 자연스럽게 나의 손을 이끌며 "가자~~~" 라고 말하는 그녀
내가 저걸 타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웃으며 내미는 그 손짓.
' 저 손을 잡으면 돌이킬수 없다' 라는걸 알면서도 나는 매번 그 손짓에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인천행 지하철에 몸을 싣고 떠났지
"소민이하고는 왜 헤어진거야?? 난 당연히 사귀는거라 생각했는데?"
"소민이 막 한동안 울고불고 달래주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너 나한테 고마워해야돼~"
"요즘 같이 다니는 1학년들 사이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서 그래?? 보니까 예쁜 애들도 많던데?"
"공대면 막 인문대쪽에서 과팅 같은거 하자고 안그래?? 은근 여자들 공대남자 하면 무언가 멋있게 보는 애들도 많은데?"
"아! 공대면 막 아름이 그런거 너네과에도 있어?? 예쁘면 막 여왕처럼 모신다며? ㅎㅎ 부럽다 ㅎ "
재잘재잘~ 뭐가 신나는지 쉴세없이 떠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 너요!! 당신이요!! 너 때문이라고 이 여자야.
- 아름이? 여왕?? 이미 당신이 여왕벌이자나!!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외치면서도 겉으로는 고리타분한 말 대답밖에 할수 없었어
"그냥 저도 이제 몇달뒤면 휴학하고 군대도 가야하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음~ 군대가면 면회가고 그러면서 만나면 되지않아? 선배들보면 휴가도 자주 나오는거 같던데"
"휴가나와서 학교에 와요?"
"그런 사람도 있고~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은근슬쩍 자랑하면서 살랑살랑웃는 눈꼬리에 또 호칭이 하나 늘었어.
' 여왕벌 & 불여우 '
[ 축제 ]
몇일간의 노력을 들인결과.
축제기간 우리 동아리의 주점?은 음식이 맛있는지 아니면
현진선배를 비롯한 나름의 미모를 뽐내는 많은 여선배 및 동기들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코너? 에 비해 북적북적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어.
"여기 1인분 추가요~" "전화번호 주면 안되요?" "몇학번이에요?"
등등 많은 추파와 눈치게임. 또 그것을 즐기는 남녀의 묘한 분위기속에
식재료가 떨어져가고, 추가로 장을 보기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쪽으로 가려 하는데
현진선배가 지갑을 들고 쫓아오더라
총무니까 모든 계산을 자기를 통해서 해야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나…
그러면서 시끄러우면 시끄럽고, 잔잔하다면 잔잔한 어둑어둑한 캠퍼스 길을 둘이 걸어가며
묘하게 가깝다싶은 생각을 할때쯤
"ㅇㅇ아. 진짜 소민이랑 잘해볼 생각없어? 아까보니 아직 너 쳐다보고 있던데…"
"아… 네… 그냥 이러다 군대 가겠죠 뭐 ㅎㅎㅎ "
"음… 그럼… 만약에…."
"네?"
"그냥… 만약인데.... 나는 안돼?"
그 말 한마디가 쿵! 하니 가슴을 때려버려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어.
어버버 거리고 있는 나에게 초조한 표정으로 다시한번 "난 안될까???" 라고 묻는 그녀에게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08.27 | 현재글 지난날의 이야기 _ 1 (12) |
2 | 2020.08.27 | 지난날의 이야기 _ 2 (13) |
3 | 2020.08.29 | 지난날의 이야기 _ 3 (5) |
4 | 2020.08.29 | 지난날의 이야기 _ 4 (8) |
5 | 2020.08.30 | 지난날의 이야기 _ 5 (6) |
6 | 2020.09.01 | 지난날의 이야기 _ 6 (7) |
7 | 2020.09.02 | 지난날의 이야기 _ 7 (7) |
8 | 2020.09.06 | 지난날의 이야기 _ 8 (6) |
9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 _ 10 (8) |
10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_11 (8) |
11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2 (10) |
12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3 (6) |
13 | 2020.09.14 | 지난날의 이야기_14 (7) |
14 | 2020.09.15 | 지난날의 이야기_15 (11) |
15 | 2020.09.16 | 지난날의 이야기_16 (9) |
16 | 2020.09.19 | 지난날의 이야기_17 (6) |
17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 _ 18 (10) |
18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_19 (11) |
19 | 2020.09.23 | 지난날의 이야기_20 (9) |
20 | 2020.09.25 | 지난날의 이야기_21 (8) |
21 | 2020.09.29 | 지난날의 이야기_22 (9) |
22 | 2020.10.06 | 지난날의 이야기_23 (11) |
23 | 2020.10.10 | 지난날의 이야기_24 (12) |
댓글 30포인트
Comments
자료의 퀄리티에 두번 놀랍니다. [무료 등업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