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이야기 _ 4
옛 이야기
8
2375
10
0
2020.08.29 02:18
[ 여름방학 ]
서로가 불장난에 여념이 없던 그때.
시험기간에 불장난에 정신이 팔려있었으니
다가올 결과는 어찌보면 뻔한것이었지.
"C" 가 우수수 떨어지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울적해하는 나를 깔깔거리며 놀리는 선배가 미웠으나
선배의 성적표를 보아하니, 뭐 비슷비슷하더라 "B, C , C+ " 등등
둘이 공부는 뒷전이고 그러고 다녔으니 당연한 결과였지.
초중고 언제나 학교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았는데
평균이하의 성적표를 처음 접해본 그 충격에도 웃을수 있던건
어찌되었든 이제 여름방학 이었기 때문이야.
이제 넘쳐나는 시간속에 더욱더 함께 있을수 있다는것에 기뻣고
평범한 연인처럼. 이 세상의 모든것이 우리를 위해 있는것처럼.
그렇게 참 많은곳을 함께 다녔던것 같아.
저녁 노을지는 한강주변을 걷다가.
이런곳까지 배달이 된다고? 라며 놀라는 나를 수원 촌놈 이라고 놀리며
의기양양 치킨을 배달시키던 선배.
반포대교의 무지개빛 분수? 를 바라보며 마시던 치맥은 그 어느 고급음식보다 맛있었으며
둘이 함께 보는 흔한 킬링타임 영화도 왠만한 유명 영화제 초청작들보다 감동적이었어.
멋들어지게 여름이니 해수욕장 놀러가자고 잔뜩 계획을 잡아놓고
수영복은 어떻게하지 라는 이야기에 둘다 수영을 못한다는것을 깨닫고는
그냥 맛집이나 다니자며 계획을 틀어버리는 어리숙함도 그때는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 전환점 ]
뜨거웠던 여름방학도 어느덧 끝이나고 2학기가 시작된 캠퍼스.
방학을 통해 이곳저곳 같이다니며 평범한 연애를 마음껏 즐긴 덕분?일까..
연애 초반의 그 뜨겁던 불장난은 언제그랬냐는듯.
그냥 평범하게. 같이 손붙잡고 다니며 식사를 같이하고 적당히 입맞춤은 하지만.
예전처럼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망아지처럼 날뛰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었지.
애정이 식었다거나 그런건 아니라, 아무래도 1학기를 망쳤기에
2학기마저 그럴수는 없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우리 둘이 공감하고 있었던거 같아.
더욱이 나야 1학년 수업이 교양이 대부분인지라 타격이 적었지만
전공수업을 망쳐버린 선배는 조금 더 만회하려는듯 했어
예전에는 서로의 몸을 탐하며 으슥한곳을 찾아다니던 날들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도서관이나 강의실을 찾아가는 날이 많아지던 그때.
한낮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식어버리고, 해가 지고나서는 어느덧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던 어느날.
그날도 버릇처럼 선배의 손을 붙잡고 인천행 지하철을 타고 내려가던 날이었어.
하지만 달라진건.
끝 칸의 구석 자리가 아닌, 몇번째인지도 모를 중간 칸들중 하나.
인천까지 몰래 살을 맞대고 내려가는게 아닌.
구로에서 "나 갈께~ 내일봐~" 라며 인사를 해버리고 내리는 나의 모습이었지.
그날도 그렇게. 무미건조한 인사를 건네고 내려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하고 걸어가려 했는데 누군가 내 손을 붙잡더라
깜짝놀라 뒤돌아본 내 앞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있는 선배가 있었어.
"누나? 왜 울어요? 왜 그래요. 무슨일 있어요?"
" 너…. 너…. 변했어…. "
나도 몰랐는데. 지하철 안에서 인사를 하고,
쓸쓸해하며 무언가 말하려는 선배를 눈치채지도 못하고
바로 등을 돌려 내려버리고는 떠나가려는 모습을 바라보지도 않았더라.
갑자기 눈에 눈물이 핑 돌아버린 선배는 급하게 뛰어내려서 내 손을 붙잡았던거였지
소리없이 눈물을 한없이 흘리고 있는 그녀를 달래주며
미안하다고 몇번을 빌었고, 겨우 울음이 잦아든 선배는 조용히 하지만 똑똑하게 이야기를 했어.
" 나 오늘 안가."
그렇게 구로역 근처 어느 모텔에서 그녀와 나의 첫 외박이 시작되었지.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08.27 | 지난날의 이야기 _ 1 (12) |
2 | 2020.08.27 | 지난날의 이야기 _ 2 (13) |
3 | 2020.08.29 | 지난날의 이야기 _ 3 (5) |
4 | 2020.08.29 | 현재글 지난날의 이야기 _ 4 (8) |
5 | 2020.08.30 | 지난날의 이야기 _ 5 (6) |
6 | 2020.09.01 | 지난날의 이야기 _ 6 (7) |
7 | 2020.09.02 | 지난날의 이야기 _ 7 (7) |
8 | 2020.09.06 | 지난날의 이야기 _ 8 (6) |
9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 _ 10 (8) |
10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_11 (8) |
11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2 (10) |
12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3 (6) |
13 | 2020.09.14 | 지난날의 이야기_14 (7) |
14 | 2020.09.15 | 지난날의 이야기_15 (11) |
15 | 2020.09.16 | 지난날의 이야기_16 (9) |
16 | 2020.09.19 | 지난날의 이야기_17 (6) |
17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 _ 18 (10) |
18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_19 (11) |
19 | 2020.09.23 | 지난날의 이야기_20 (9) |
20 | 2020.09.25 | 지난날의 이야기_21 (8) |
21 | 2020.09.29 | 지난날의 이야기_22 (9) |
22 | 2020.10.06 | 지난날의 이야기_23 (11) |
23 | 2020.10.10 | 지난날의 이야기_24 (12) |
댓글 30포인트
Comments
8 Comments
글읽기 -30 | 글쓰기 +200 | 댓글쓰기 +30
총 게시물 : 33,165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