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이야기 _ 8
옛 이야기
6
5868
12
0
2020.09.06 21:28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업로드를 하러 온듯 합니다 ㅎ
태풍온다고 아주 온난리를 피우느라 바빴는데
다행히도 별 탈없이 지나갈듯 하네요 ㅎㅎ
덕분에 늦게나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처음부터 막 동생하고 섹스를 하며 몸을 뒤섞고 그런걸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손길만 스쳐도 여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기에 그런 판타지는 벌어지지 않았어요 ㅎ
물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애정이 변하기도 하고,
처음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지기도 했고 하지만.
괜히 흥미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싶지는 않기에
실망스럽더라도 그냥 있었던일 그대로 적어나갈터이니
큰 기대를 하셨다면 죄송하다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아마 한동안 쓸데없는 잡소리만 길게 쓸듯한데
지겹더라도 그냥 일기장이라 여기고 버텨주십사 부탁드립니다 ㅎ
[ 너는 누구냐 ]
여느 날처럼 선배와 붙어다니다보니 달님이 떠오른 늦은 밤.
거의 일상처럼 그녀를 인천까지 데려다주던 중이었어
한참 사람이 없는 으슥한 뒷골목에서 찰싹 붙어 꽁냥 거리고 있는데,
스산한 바람소리만 들려오던 조용한 골목을 뒤흔드는
전화벨 소리가 엄청 크게 울리기 시작했지.
"띠리리리링~~~ "
그녀의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어.
나와 함께 있을때는 왠만하면 전화를 잘 안받는 선배 때문에
급한일이 있다거나, 꼭 통화를 할 일이 있으면 나에게 전화를 하고는 했었지.
왜 그런거 있자나.
내 동생이나 형/누나의 전화는 귀찮아하며 무시하고 안받더라도,
애인 가족의 전화는 왠지 안받으면 큰일날거 같아서 바로바로 받는것.
그래서 나도 매번 잘 받아주니. 자연스레 나에게 전화거는 일이 많아지더라고.
"오빠~ 언니랑 있어요?"
"응. 지금 집에 가고 있어"
"엄마가 올때 마트에서 계란 좀 사오래요. 언니한테 전해줘요~~ 그리고 내 아이스크림도 ㅋ"
….
"누나…. 계란 사오래요…"
내가 편해져도 너무 편해진걸까?
뭔가 아리송한 그런 통화를 하는 일이 늘었었지.
그렇게 진짜 여동생과 통화하듯 그런 날이 늘어가던 어느날
누나는 수업이 없는날이라서, 학교에는 나혼자 있는데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더라고.
'응? 누나는 집에 있을텐데? 무슨일이지? '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졌나싶어 받은 그 전화 넘어
전혀 알지 못하는 처음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어
"야. 너 뭐하는 새끼냐? 어? "
혹시나 잘못걸려왔나 싶어서 다시 확인해본 전화번호는
분명 동생의 전화번호인데…
"야! 너 뭐냐고!! 개x끼야!!"
화나서 마구 소리지르는 통화내용에 나 역시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냥 '????' 물음만 가득 띄우고 당황하고 있는데
전화기를 빼앗아든듯 익숙한 목소리가 그제서야 들리더라
"오빠!! 내가 나중에 연락할께요~ 미안해요!!"
"뭐? 오빠??? 야!! 뭐냐고!!"
마구 소리치듯 들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에
대략 무슨 상황인지 감을 잡기는 했었는데
그래도 뭐 잘 설명하겠지 싶어서 그냥 금세 잊어버렸었지.
그렇게 까맣게 잊은채로 오후 수업을 듣고 집에 가려고 핸드폰을 봤는데,
수십개의 알림이 가득 쌓여있더라고
오후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가 굉장히 독선적인 성격이라 작은 진동소리 하나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여 무음으로 해놓아 미쳐 알지 못했던거지
- 오빠. 미안해요. 남자친구가 갑자기 통화목록 보더니 화나서 ….
- 많이 화났어요?? 진짜 미안해요 ㅜㅜ
- 오빠! 내가 대신 사과할께요!!
등등등~ 쏟아져 와있던 알림 내역을 쭉 훑다가 마지막 알림을 보고
급하게 일어날수 밖에 없었어.
- 오빠… 많이 화났구나… 미안해… 나 지금 가고 있어요
- 지금 지하철 역에서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해요?
학교 정문쪽으로 거의 뛰는듯한 급한 발걸음을 옮겨가며
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기다렷다는듯이
동생의 울먹울먹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더라
"오빠 ㅜㅜ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ㅜㅜ 내가 일부로 그런건 아닌데..."
끊임없이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동생을 달래주며 도착한 지하철역.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그 넓은 공간에서
큰키에 완벽한 몸매를 뽐내는 긴머리의 소녀가
교복을 입고 누군가를 찾는듯 초조한 얼굴로 두리번 거리고 있는 그 모습이
주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이질적인 모습이라 멀리서부터 눈에 띄더라
이쁘장한 쌍커풀이 살짝 내려앚아 웃을때마다 반달눈이 되어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아이
언니를 닮은듯 시크한 표정을 짓다가도, 살짝만 웃어도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오르는 미소를 가진 아이.
최근에 잠깐 인기를 끌었던 "사이코지만 괜찮아" 라는 드라마를 볼때마다 흠칫 놀랄정도로
배우 박규영을 빼다박은듯 닮은 그녀의 동생
적당히 부풀어 오른 가슴이 교복 위로도 봉긋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고
완벽한 S라인을 자랑하는 넓은 골반과 늘씬하게 뻗어있는 다리는
마치 전문모델이 행사를 위해 교복을 입고 있는듯한 그런 모습이었지.
하지만 그와 어울리지않는 귀여움이 가득한 얼굴의 그녀가
교복을 입고 훌쩍이고있는 그 모습은 어울리는듯 하면서도 무언가 이질적인.
시선을 끄는 풍경이었어
[ 교복 그리고 학교 ]
한참 넘어가는 숨을 애써 눌러가며 내가 부르자
화들짝 놀라듯 바라보고는 금세 울먹거리며 이야기하는 그녀.
"오빠… ㅜㅜ 미안해요… 진짜 내가 그러지 말라고 그랬는데... "
추운 날씨에 대충봐도 춥겠다 싶은 교복만 입은체로 꽤나 오래 기다렸기에
일단 몸부터 녹여야겠다싶어 편의점에 들어가 잠시 다독여 주고 있었어.
"그게… 남자친구가 밧데리 없다고 내 전화 쓴다고 하다가 통화목록을 봤는데…"
"요즘 밤에 오빠한테 자꾸 전화건거 보더니 막 누구냐고 물어보고…."
"언니 남자친구라고 하지 그랬어?"
"그게…. 그러기는 했는데… 이름이… "
"응? 이름??? 뭐라고 해놨는데??"
우물쭈물 하면서 쉽게 말을 하지못하는데 계속 물어보는것도
뭔가 아닌듯해서, 화제를 돌릴겸 다른 이야기를 하며 살살 달래주게되었지
"대체 뭐라고 해놨길래…. 그나저나 학교는?? 어떻게 온거야?"
"점심시간에 싸우다가 화나기도 하고.. 오빠 많이 화난거 같아서 그냥 나와버렸어요…."
내가 고등학교때는 중간에 도망간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세대차이가 나는건가 싶어 약간은 좀 당황 했었어.
그리고 애초에 내가 화가 나거나 했던것도 아니라 뭐라 하는것도
이상해서 그냥 웃어줄수 밖에 없었지.
"ㅎㅎ 화난거 아니니 걱정하지마"
"진짜요? 화 안났어요?"
"응 그냥 수업듣느라 전화기를 못봤어. 그렇다고 진짜 여기까지 오냐?"
"하아~ 그럼 다행인데… 뭐 오빠가 진짜 많이 화난줄 알고 그랬죠…."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다가 장소도 그렇고 길게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기에
집에나 데려다줄까 싶어서 자리를 정리했지. 지하철을 향해 걸어가면서
'인천까지 데려다 줘야하나? 혼자 가라고 하면 좀 매정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나를 바라보며 약간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심히 내 옷자락을 붙잡으며 물어보더라
"오빠~ 화 안났으면…. 나 구경좀 시켜주면 안되요??"
방금까지 울먹이던게 맞기는 한건지, 금세 베시시~ 웃으며 특유의 눈웃음을 보내는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웠기에 차마 거절할수가 없었어
그렇게 교복을 입은 그녀와 수업이 끝나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 조용한 캠퍼스를 걷게 되었지
선배와 함께 걷다가 고백을 했던 그 거리.
살짝 한걸음 위로 올라가 나에게 첫 키스를 안겨주던 그 계단.
남몰래 시선을 피해 은근슬쩍 탐해왔던 빈 강의실.
그 모든 공간을 교복을 입은 또하나의 그녀와 함께 걷고 있다보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더라
"오오~~ 대학교는 이렇게 생겼구나~"
뭔가 어색하게 걷는 내 옆에서
끊임없는 감탄사를 내비치며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그녀.
그런데 요즘 교복은 다 저런걸까?
치마는 왜 저렇게 짧고, 허리는 왜 저렇게 조여서 몸매를 강조하고 있는거지??
무언가 미묘한 기분에 혼자 잡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내 앞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그녀의 엉덩이가 정말 의도치 않게 시선을 끌어당겼어.
살짝 작은듯한 교복치마 위로 어렴풋이 윤곽이 드러나는 동그스름한 엉덩이.
계단을 한두개 올라갈때 마다 살며시 올라가는 치마 아래로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이
살짝살짝 보였었지.
봐서는 안되는 모습이지만… 차마 눈을 떼지못하고 자꾸 쳐다보게 만드는 그 금단의 모습에
' 와… 나 미쳤구나…' 싶은 자책을 하면서 애써 시선을 돌리고는 했어.
그런 나와는 다르게 뭐가 그리도 좋은지
산책나온 강아지 처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즐거워 하는 그녀.
약간 뒤쳐지는 내가 답답했는지 아주 자연스레 내 손을 잡고 빨리오라는듯 재촉하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잡은 그 손을 놓는게 어색해질거 같아 차마 놓지 못한체로 같이 걷게 되었지.
아니. 어쩌면 마주잡은 그 작고 따뜻한 부드러운 손을 놓기 싫었던것일지도 몰라.
무언가 아쉬워하는듯한 그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길.
"언니랑 맨날 이렇게 같이 다녔었구나…" 라며 혼자 읊조리는 그녀.
지하철이 흔들릴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내 옷깃을 잡은 손을 놓지 못한채
살짝살짝 곁눈질로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이 작은 지하철 창에 비춰 보였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감정에 머뭇거리다보니
어느덧 버릇처럼 그녀와 함께 또다시 인천까지 같이 가게 되었어.
[ 같은 공간 다른 그녀 ]
항상 그녀와 함께 걷던 그 골목.
지금은 그녀가 아닌 또다른 그녀가 내 옆에서 설레는듯한 목소리로 재잘 거리고 있었고,
그녀와 함께 앉아있던 벤치 앞을 지날때.
또다른 그녀가 내 손을 붙잡고 걸음을 멈추게 하더라
"휴~ 오빠… 나도 조금만 쉬었다 들어갈래요 ㅎㅎ"
그때 왜 그랬을까… 내 손을 잡은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놓지못했고
그때 그 벤치에 그녀가 아닌 또하나의 그녀와 함께 앉아버렸어
교복만 입고있어서 추웠을까? 그도 아니면 무언가 그녀를 긴장하게 만든것일까.
살짝 기대어 앉아 닿아있는 어깨를 통해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그녀의 두근거림이 그대로 전해져왔고
내 심장도 점점 파도가 몰려오듯. 한없이 뛰기 시작했지
"… 오빠 … 난 옛날부터 오빠 있는 애들이 되게 부러웠거든요."
"언니 때문이기는 하지만 오빠랑 몇번 만나고, 처음에는 진짜 오빠 생긴것 처럼 좋았어요 ㅎ"
"그런데 오늘 남자친구랑 싸우다보니 알겠더라구요… 그게 내가 알던 그게 아니었나봐요"
"나 오늘 헤어졌어요. ㅎㅎ 원래는 화내는 그 애 한테 설명하고 화해해야하는데… 그러기 싫었어…"
조용히 말을 하는 그녀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어.
더욱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던건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코 끝을 간지럽히는 은은하게 풍겨오는 연한 향기와
살짝 팔짱을 낀듯 기댄듯. 얽혀있는 팔에 느껴지는 아직은 설익은 가슴의 감촉이
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잠깐 끊겨진 대화. 어색한 침묵이 이어질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또다른 그녀. 규영이를 바라보며 거절을 말하려고 했었지.
한참 고민하던 내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비쳐졌던걸까?
나를 보자마자 내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했다는듯.
규영이는 내 시선을 피해 땅만 바라보고 있었어.
어찌되었든… 나에게는 선배가 있었고, 그녀는 선배의 동생이었기에.
"규영아… 미안… 그래도 나는 언니의 남자친구고."
잠시 머뭇거리다 어렵게 말을 시작하려던 내 입을 막은건.
차가운 초겨울 날씨를 잃어버리게 만든.
한없이 뜨겁고, 부드러운 규영이의 입술이었지.
말캉~ 하며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키스같은게 아닌 순간의 입맞춤이었기에 금세 내 입술에서 멀어졌지만
그 감촉은 그대로 입술위에 향긋한 향기와 함께 남아
환상이 아니었음을 일깨워 주고 있었지.
"나도 알아요…. 언니 좋아한다는거… 둘이 어떻게 만나고 있고 왜 매일 늦는지도 알아요…"
"그래도 좋은걸 어떡해요… 지금 당장 사귀어달라거나 그러는거 아니에요"
"그냥 가끔씩 오늘처럼 하루만이라도 만나주면 안되요?"
그 질문을 거절했어야 했는데, 그러는게 맞았을텐데.
내가 정말 정신을 놔버린 쓰레기 였는지.
"…..응"
이라는 대답을 해버렸어.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듯이 선배와는 또다른 향기의 부드러운 입술이 다가왔고
살짝 마주친 입술에 바르르~ 떨리는 망설임이 느껴지고,
마주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감이 느껴질때
다른손으로 그녀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살짝 뒷목쪽을 받쳐주니
어색하게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뜨겁고 말캉한 그녀의 혀가 내 입속으로 들어왔어
아직 익숙하지 않은듯 약간 뻣뻣한듯 하면서도 어색하게 나의 혀를 향해
다가와 서툴게 마주치며 가쁜 숨을 나누었던 그녀와의 첫키스.
그 흔한 흐느낌도. 열띈 숨소리도 없이 조용했지만 어느때보다 두근거렸고
능숙하지 못해 무언가 부족한듯 하지만 부끄러워서 빨갛게 변해버린 그녀의 얼굴처럼
세상 어느때보다 뜨거웠던 그 키스였지
"…. 이제 들어가볼께요…. 고마워요"
"아니야… 내가 미안해…"
"ㅎㅎ 미안해하지마요. 다 내가 좋아서 그러는건데..."
"조심히 가요… 그리고 언니보다 내가 더 좋아지게되면 꼭 말해주세요"
무언가 미묘한 감정으로 그녀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내 핸드폰에 작은 알림소리와 함께 한장의 사진이 도착했음을 알렸지
'오빠' 라는 두 글자 뒤에 빨간색 하트가 달려있는 수많은 통화목록의 캡쳐 화면.
[ 바람 ]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않은 주말.
2학기는 성적을 좀 올려보자는 합의? 에 의해 잠시 데이트를 자제하며
그렇게 공부에 조금은 집중하던 주말이었어
꼼지락 거리며 책을 펼쳐보았지만, 이상하게 집에서는 집중이 잘 안되어
고등학교때 가끔 이용하던 시립도서관을 가기 위해
수원 한가운데에 솟아있는 얕은 산을 올라가고 있었지
힘들게 헉헉~ 거리며 도착했는데 너무 늦장을 부린걸까.
이미 시험준비 하는 사람이 많은지 만석으로 꽉 차있더라.
허탈하게 다시 터덜터덜 산을 내려와 근처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 자리깔고 앉아서 멍~ 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띠링~~~"
맑게 울리는 알림소리가 나를 불렀어.
당연히 누나겠거니 바라본 그 화면에는 다른 이름이 떠올라 있었지.
"오빠! 나 수원 왔는데 잠깐 시간 되요?"
"에버랜드 가려고 나왔는데 친구가 못온데요. 갈곳이 없어요 ㅜㅜ"
당황스러우면서도, 이왕 수원까지 와있다고하니 차마 돌아가라고 하지는 못하겠고
내가 있는 카페를 알려주며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은근 고민되더라
- 이 관계를 누나가 알면 난리가 나겠지.
- 적당히 미안했다고 사과하며 달래주어야하나?
한참 고민하고 있었는데 카페의 통유리창 넘어 택시에서 내리고 있는 규영이가 보였어
그 집안의 자매는 다들 왜 그러는지…
자랑하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나는듯,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도
군살하나 없이 쭉 뻗은 다리를 뽐내듯 미니스커트를 포기 못하고 있더라.
더욱이 언니보다 훨씬 큰키에 마치 모델과 같이 비율이 좋은 그 모습은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로 요염한 모습을 띄고 있었어.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 높은힐의 구두 같은건 익숙하지 않은듯
컨버스 하이탑을 신어서 그나마 귀여운 느낌을 갖춘게 다행이랄까?
어떻게든 꾸며보려고 여리여리한 몸매를 강조하는 자켓등을 챙겨 입었지만
서툰 화장으로는 감출수 없는 앳된 얼굴이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게 만들었지.
카페에 그다지 손님이 많지 않았기에 문을 열자마자 어렵지않게 나를 찾아 다가와 앉는 그녀.
"그게~ 친구가 집에서 나오려는데~ 부모님이~ "
재잘재잘~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마치 어린 아기새의 삐약거림처럼 쉼없이 풀어놓더라
무언가, 언니와 닮은듯 닮지않은듯. 오묘한 모습에 나도모르게 살며시 웃음을 짓게 되었어
"어~ 오빠 웃었다~~ ㅎ"
"귀여워서 그런다~~ 역시 고등학생은 고등학생이네…"
"왜요? 고등학생이 뭐 어떤데요?"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라자나"
"오빠나 나나 얼마나 차이난다고 그런데~"
"어이구~ 난 성인 이고, 그쪽은 아직 미성년자 입니다~"
그런 시덥지않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여자의 촉인걸까?
갑자기 누나에게서 전화가 오더라
"공부 잘하고 있어요~~? 어?? 집 아닌가보네?? 어디 나갔어?"
"응 도서관 가려다가 자리없어서 카페 와있어요. 잠깐있다가 다시 가봐야지"
별 이야기도 아닌 짧은 통화를 하고 끊었는데,
꼭 몰래 바람피며 거짓말 하고 있는것이 들킨것처럼 가슴이 떨리고 있었지
나도 모르게 한숨을 '후우~ ' 내쉬었던거 같아
앞에서 꼼지락 거리며 눈치를 보던 그녀가 통화가 끝나자 무언가 망설이고 있더라고
"… 언니에요?"
"응… 왜? "
"아니…. 그냥 뭔가 미안해서..."
고개를 숙이고, 괜히 손가락만 이리저리 꼼지락 거리며 우물쭈물하고 있는 그녀.
어른처럼 보이려 나름 화장도 하고, 꾸며가며 옷을 입고 했지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다보니 여전히 어린 소녀 그대로구나 싶더라
난 대체 이런 애를 두고 무슨짓을 한걸까 싶고, 빨리 끝내야겠다 싶은 생각에
마음도 정리할겸 규영이의 머리를 살짝 토닥여주며 이야기했지.
"나가자~ 나 아침도 안먹고 나와서 배고파"
그렇게 호기롭게 나왔는데, 도서관 근처 동네에는 갈만한곳이 정말 단 한곳도 없더라
어쩔수 없이 수원역 백화점 쪽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성곽을 따라 빙글 도는 길을 미쳐 발견못하고 방심하고 있던 그녀가
넘어지듯이 쓰러지며 나에게 안기듯 기대어왔어
찰랑거리며 흔들리는 긴 머리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샴푸향.
그리고 가슴에 느껴지는 어린 젖가슴의 말캉거림.
아직 아기같은 피부의 부드러운 허벅지의 느낌까지 그대로 전해져 왔지
얼굴이 빨개져서 어색하게 웃는 그녀와
'내가 이러면 안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쿵쾅 거리며 마구 뛰는 내심장.
어느덧 수원역에 내려서, 무엇을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잘모를때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가면 중간은 한다는 말을 떠올리고
아웃백에 가서 주문을 하고 있었어.
별 의미없이 "커플세트에 음료는 이걸로 주시고~" 등등 주문을 하고 보니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있더라.
"왜?? 고기 먹으니까 좋아?"
"커플~~ 커플세트야~~ ㅎ"
사소한것 하나에도 기분이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열심히 스테이크를 썰어 내 접시위에 자꾸만 놓아주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고기 사주는 착한 오빠라서 주는거야~~ 언니면 안줘~~"
정말 신나서 생긋생긋 웃는 그녀를 보면서
차마 지금 미안했다고 이야기하기 망설여져 아무런 이야기도 못한채
그렇게 미묘한 늦은 점심을 함께 했어.
그 나이때에 여자들은 다 그런걸까?
식사를 마치고 수원역 백화점 곳곳을 누비며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그녀를 따라
온 매장을 휘젖고 다니고 있었지.
"우와~ 오빠~ 일루와봐~~ 이거 이쁘지?"
"신상 나왔나보네 예쁘다…"
정말 저런 기운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백화점 곳곳을 돌아다니는 그녀를
억지로 끌려나와 멘탈이 나간 아버지처럼, 힘겹게 뒤에서 쫓아가고 있다보니
정말 자연스럽게. 나의 손을 잡아 끌고 있더라.
보들보들… 아기 피부같은 부드러움이 가득한 따뜻한 손.
분명. 그 손을 놓을법도 한데.
그 보드라움에 잡은손을 차마 놓지를 못했어.
그녀는 그런 내 눈치를 살살 보면서 살며시 악수하듯이 잡은손을 고쳐잡기 시작했지
내 손가락 사이사이로 조금씩 살금살금 들어오고 있는 가녀린 손가락.
긴장이 되었는지 마주잡은 그 손가락 하나하나가 살며시 떨리고 있는게 느껴졌는데
그 떨림에 질세라 내 심장도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어
'이러면 안되는데… 분명 알고는 있는데... '
"오빠~ 나 가고 싶은데가 있어요!!"
복잡한 내 심정을 알길이 없는 그녀는 신이나서 나를 이끌고 백화점 밖으로 나와
미리 찾아보기라도 한것인지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더라.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08.27 | 지난날의 이야기 _ 1 (12) |
2 | 2020.08.27 | 지난날의 이야기 _ 2 (13) |
3 | 2020.08.29 | 지난날의 이야기 _ 3 (5) |
4 | 2020.08.29 | 지난날의 이야기 _ 4 (8) |
5 | 2020.08.30 | 지난날의 이야기 _ 5 (6) |
6 | 2020.09.01 | 지난날의 이야기 _ 6 (7) |
7 | 2020.09.02 | 지난날의 이야기 _ 7 (7) |
8 | 2020.09.06 | 현재글 지난날의 이야기 _ 8 (6) |
9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 _ 10 (8) |
10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_11 (8) |
11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2 (10) |
12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3 (6) |
13 | 2020.09.14 | 지난날의 이야기_14 (7) |
14 | 2020.09.15 | 지난날의 이야기_15 (11) |
15 | 2020.09.16 | 지난날의 이야기_16 (9) |
16 | 2020.09.19 | 지난날의 이야기_17 (6) |
17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 _ 18 (10) |
18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_19 (11) |
19 | 2020.09.23 | 지난날의 이야기_20 (9) |
20 | 2020.09.25 | 지난날의 이야기_21 (8) |
21 | 2020.09.29 | 지난날의 이야기_22 (9) |
22 | 2020.10.06 | 지난날의 이야기_23 (11) |
23 | 2020.10.10 | 지난날의 이야기_24 (12) |
댓글 30포인트
Comments
6 Comments
글읽기 -30 | 글쓰기 +200 | 댓글쓰기 +30
총 게시물 : 33,165건